[테마 에세이-작가들의 한 물건] 커피, 그리고 피넛버터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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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작가들의 한 물건] 커피, 그리고 피넛버터 토스트
  • 조수경
  • 승인 2019.05.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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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을 꿨다. 그곳은 바다처럼 넓은, 어쩌면 바다와 이어진 수영장이었고, 청록색 맑은 물에서 나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쳤다. 잠수를 해 깊이 가라앉았다가 이내 수면까지 올라와 잘게 부서진 햇살 조각들을 바라봤다. 물속에는 커다란 나비들이 꽃처럼 떠다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웃고 있었다. 물속에서의 부드러운 움직임. 그 여운을 몸 안에 오래 붙잡아두고 싶었다. 한동안 그렇게 누워 있다 꿈속의 감각들이 달아나기 전에 ‘꿈 일기’를 썼다. 오래전, 높은 언덕에서 그네를 타며 황금빛 바다를 내려다보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것과 함께 오래도록 아름다운 꿈으로 기억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날도 있지만 대개는 불면의 밤이다. 세포가 분열하듯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대는 ‘생각들’ 때문에 잠이 들지 않고, 어떤 날은 ‘그때 왜 그랬지’ 하는 후회와 반성으로, 어떤 날은 미래가 두려워서, 어떤 날은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리지 않을까 겁이 나서, 어떤 날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감으로, 어떤 날은 원인이 명확한 우울감으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또 어떤 날은, 왜 어떤 인간들은 도무지 부끄러움이라는 걸, 반성이라는 걸 모르고 뻔뻔하게 살아가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야 하고, 왜 어떤 젊음들은 컵라면이 담긴 가방을 남긴 채 허망하게 세상을 떠야 하는 걸까. 왜 어떤 아이들은 전쟁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자라야 하고, 왜 보호받아야 마땅한 작고 여린 생명들이 학대를 당해야 하는 걸까. 왜 어떤 동물들은 실험실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 하고, 빠른 것과 편리한 것만이 답이 아닌데도 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숲이 그토록 처참한 죽임을 당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왜, 왜, 왜’ 하는 슬픔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피곤하다.

그렇다. 나는 참, 피곤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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