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허수아비의 포상 휴가
상태바
[테마 에세이] 허수아비의 포상 휴가
  • 이은래
  • 승인 2019.05.28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디어 바다가 보였다. 섬들이 수평선을 잡아당기고 있어서 바다는 오늘도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 싸우는 듯 억센 사투리 속에서도 진한 소금기가 배어 나왔다. 그렇게 남해가 다시 내게 다가왔다.

얼마 전까지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잠시 공백이 생긴 나에게 아내는 ‘남해에서 한 달 살기’를 제안했다. ‘그래, 이 공백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포상 휴가야.’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친한 후배에게 부탁해서 비어 있는 남해 집(재작년에도 우리가 며칠 쉬어 갔던 집이다.)에 잠시 깃들어 보기로 했던 것이다.

마을 담장 사이 좁은 길을 따라 주욱 들어가서 맨 끝에서 두 번째 집. 오랜 시간 묶여 있던 문과 창문들을 풀어 눅눅한 집안으로 바람을 불러들인 후, 전에 다녀갔을 때 얼굴을 터놓은 윗집 아랫집 동정을 살폈다. 아랫집은 일을 나갔는지 비어 있었지만, 윗집에는 할아버지・할머니(우리는 이분들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다.)가 계셨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