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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저 썩은 강이 너희 모습이다

한때 지구촌에 ‘둠 투어(Doom-tour)’가 유행했다.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맨살이 드러난 아마존 밀림, 만년설이 녹는 킬리만자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파타고니아 등에서 위기의 실상을 확인하고 그 절박한 모습을 보고 왔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자연 앞에 모자를 벗는 ‘최후의 문병(問病)’ 같은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둠 투어라 불릴만한 여행이 있었다. 바로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강 주변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불도저 정부’는 거센 반대 여론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이에 사람들은 곧 없어질 풍경들을 눈에 담아 왔다. 모래 언덕을 걷고, 습지를 살피고, 물속에 발을 담그고, 강물의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강변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며 노래했다. 목이 메어 다 부르지 못했다.

4대강 파괴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자행되었다. 반대 여론이 거셀수록 굴착기는 더 맹렬하게 강을 파헤쳤다. 관변 학자와 언론은 녹색 뉴딜, 일자리 창출, 자전거 도로, 생태 공원, 천년의 비전 같은 말들을 쏟아내며 덩달아 춤을 추었다. 토건 사업으로 부와 권력을 움켜쥔 무리는 처음엔 물류 혁명을 내세웠다가 그 부당함이 드러나자 관광 사업으로, 다시 치수(治水) 사업으로 바꿔 공사를 강행했다.

흐르는 물줄기를 바꾸고 물을 가두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고함을 지르고 가슴을 쳤지만 미친 권력의 망나니짓을 막을 수 없었다. 참으로 무식하고 무도한 정부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수많은 굴착기가 강 속에 주둥이를 처박고 강의 내장을 파먹었다. 수수만년 낮은 곳으로 흐르며 이 땅의 구석구석을 핥아주던 착한 혀를 잘라냈다. 그들은 사탄이었다. 후손들의 강산을 잠시 빌려 쓰면서도 미래 세대에게 ‘흐르지 않는 강’을 물려준 죄인들이었다.

현장으로 달려가 강과 함께 흐른 사람이 있었다. 지율 스님이다. 스님은 강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를 캠코더와 카메라에 담았다. 스님은 파괴 직전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을 파괴한 무리에게, 또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람들에게 ‘강 같은 평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어둠에 잠기기 직전 강가에 물드는 보랏빛 낙조를 보여주고 싶다. 굽이굽이 산을 넘어 휘돌아가는 물길, 물길을 거슬러 오는 바람, 저문 강에 떨어지는 달빛, 새벽 강가에 하얗게 오르는 물안개, 물가에 그림자를 놓는 수변의 숲들, 그곳에 깃들고 둥지를 트는 생명들, 흰 모래사장에 꼬리를 끌고 지나간 수달의 발자국, 허리 굽은 농부의 깊은 한숨, 그곳을 배회하는 외로운 맘까지 보여주고 싶었다.”

지율 스님은 강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생생하게 채록했다. 언젠가는 강이 비로소 강물로 흐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이 제 모습을 찾을 때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우선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강들은 사람들이 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망가진 4대강을 보면 문득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한 분이 떠오른다. 바로 문수 스님이다. 초여름 이맘때인 2010년 5월 31일, 스님은 군위군 위천 둑방에서 흐르는 강물을 마주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강을 살려달라며 소신공양을 했다.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스님은 몸을 바쳐서 그 경전을 받들었다. 스님의 마지막 당부는 산자들에게 남긴 법어였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그럼에도 4대강 파괴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스님의 원력은 스러지지 않았다. 강을 살리자는 기도와 외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님이 남긴 소신(燒身)의 불길이 점점 커져 시대의 야만을 태우고 있음이다. 요즘 4대강 보 철거와 수문 개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 논리로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문수 스님의 일갈이 들려온다.

“흐르지 않는 강은 썩는다. 저 썩은 강이 너희 모습이다. 그대들 마음이 썩은 것이다.”    

 

김택근
시인, 작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오랜 기간 기자로 활동했다. 경향신문 문화부장, 종합편집장, 경향닷컴 사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1983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김택근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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