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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접속의 시대를 넘어 접촉을 통한 공동체로

|    스마트 시대의 양면성 - 접속 (Access), 접촉 (Contact), 연결 (Connection)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카페,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수많은 플랫폼을 이용해 사람들과 접속하고 있다. 이 접속은 과거 지리적 한계나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 서울이나 제주도, 미국, 아프리카 등 어디서든 실시간 접속과 대화가 가능하며, 언제 어느 때라도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더욱이 통역 서비스의 발달로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면 타 문화권과 접속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이렇게 확장된 SNS 관계망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상상도 못 할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고, 관심이 같은 그룹들과 정보를 나누고 친교를 맺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카페나 전철, 버스, 그리고 심지어 집이나 교실이나 사무실에서조차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고개 숙여 저마다 자기의 스마트폰을 보는 게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기계를 사이에 둔 접속(Access)은 늘었지만 직접 대면적인 접촉(Contact)은 줄어들었다. 또 접촉은 해도 끈끈한 연결(Connection)은 어려워지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 가족 간의 대화도 단절되고 직접 대면하는 대화가 줄어들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언어와 글이 SNS상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언어의 인간성은 사라지고 차갑고 뜨거운 극단적 정서들만 난무한다. 혼밥과 혼술에 익숙해져 옆에 누가 있는 걸 귀찮아하며 외롭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젊은이들은 관계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직접적 만남은 줄어들었지만, 이들이 접속하는 SNS 가상 공간의 대부분은 수많은 카페와 모임 등의 공동체이며, 이를 통해 훨씬 넓고 풍성하게 사람끼리의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는 외롭지만, 온라인이 갖는 공동체성에 주목하며 이 공동체성을 오프라인의 공동체로 연결하는 것은 혼밥, 혼술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된다.

|    높아진 관계성의 시대, 더 많은 민주주의의 확대로
연결의 광폭성과 높아진 관계성이 우리 사회의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로가 연결된 관계성을 증득하는 것이 불교의 연기적 깨달음이라면, 어쩌면 지금 우리 인류는 과학 기술의 진보로 인해 단박에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물류의 변화, 빅데이터 등이 다양한 산업들과 결합하며 이제까지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사회가 불러올 변화가 우리에게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변화를 원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어떤 의지를 투사시키느냐에 따라 현실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개인이 발신 가능한 정보와 매체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해졌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관계 형성이 오프라인 관계를 기피하며 개인주의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 대한 호기심, 온라인에서 풀지 못한 이야기를 직접 대면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만남을 통해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교환하며 깊은 관계와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의 높아진 연결성이 불러온 첫 번째 변화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온라인을 이용한 참여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위한 모임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4~5개 그룹으로 주제를 나눠 팀을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월드카페>나, 특별한 활동이나 스토리가 있는 사람 4~5명을 초청하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리빙라이브러리>, 스무 장의 슬라이드를 15초 간격으로 돌리면서 발표하는 <이그나이트>, 온라인과 투표를 활용해 400~2,000여 명이 함께 참여해 회의하는 21세기 <타운홀미팅>, <바캠프>, <합의회의>, <오픈스페이스>, <오픈컴퍼런스> 등 참여를 기반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상의 접속이 오프라인상의 접촉으로 이어져 발전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도구가 되었다.

|    협력하며 공유하는 공동체 사회로 
두 번째 변화는 협력하며 공유하는 능력이 늘어난 것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무료 수준의 사회(한계 비용 제로의 사회)가 되면 자본주의는 쇠퇴하게 될 것이며, 더 이상 ‘소유’가 의미가 없어져 공유, 개방, 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협력적 공유 사회’로 나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화폐 없는 사회와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가 이뤄질 것이며, 에어비앤비(AirBnB), 우버 택시와 소카, 그린카처럼 차량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 옷, 도서, 공구, 장난감, 악기, 액세서리 등을 공유하는 활동들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공유 사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20일, 서울시는 세계 최초로 ‘공유 도시 서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유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에서 사람들끼리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LETS(지역통화)로 대표되는 지역 통화와 대안 화폐의 확대이다. 성남시를 비롯하여 경기도・서울시 일원에서 이미 지역 통화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9~10가구가 같이 공동으로 사는 성미산의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나 안성의 <들꽃피는 마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동 주거 방식 <쉐어하우스>도 대학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지혜를 공유하는 <위즈돔>, <누구나학교>, 밥 먹으며 만나는 <소셜다이닝 집밥>, 다양한 지도를 공유하는 <마이리얼트립>, <위시빈>, 유명 대학의 강의를 공유하는 <무크(MOOC)>와 <오픈컬리지> 등 공유를 기치로 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요원의 불길처럼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렇게 연결된 사회의 현상들이다.

|    돈이 아닌 사람에 의존하는 
공동체가 미래다
세 번째는 돈이 아닌 사람에 의존하는 공동체로 가는 것이 미래가 될 것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 사회는 지속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무한정한 소비로 성장하려는 발전 모델이 위기를 초래했고, 세계를 미국화하는 발전 모델은 모든 나라가 동시에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성장의 사회’에서 ‘성숙의 사회’로 변화를 강제받고 있다. 과거 지속불가능한 발전 방식을 지속가능한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성숙의 사회’는 ‘돈’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사람’에 의존하는 삶을 지향한다. 사람과의 관계, 서로 상호부조하고 협력을 통해 사람끼리 접촉하고 연결과 공유를 통해 교환과 선물경제가 통용되는 호혜시장을 만들며 시장을 성화(聖化)시키는 것이 바로 공유 사회이며 공동체 사회이다.

오늘날 지역 내에서 수많은 인문학 모임, 공부 모임, 동호인 모임들이 SNS를 매개로 생겨나고 있다. 한편으로 담장허물기, 마을만들기 및 마을공동체, 마을공화국운동 등 풀뿌리 지방 자치체가 주민이 중심이 된 지역 발전의 중요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 텃밭 운동이나 집단적인 귀농 운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상호 협력하는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례를 찾아보는 일이 이제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렇게 공동체 사회는 생활 공동체의 점들이 선이 되고, 선에서 면으로 확장되며 사회의 중심을 이동시키며 만들어진다.

|    사찰과 불교가 공유와 협력의 지역 공동체의 중심
향후 약 10년 뒤, 지금 농사짓는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농토는 부동산이 될 것이며 농촌에 인구는 급격하게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년 퇴임한 베이붐 세대들이 도시를 떠나 귀농, 귀촌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 최근에는 도시 유입 인구를 앞질렀다. 이때 지방의 불교 사찰은 이들 뉴커머(New Comer)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지리산 산내면에서 실상사가 중심이 되어 수백 가구의 귀농·귀촌자들의 지역 공동체를 만든 것은 그래서 중요한 모델이다. 공동체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돕고 배려하는 것이며 물건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와 공동체는, 불교가 지향하는 무소유 가치와 맞닿아 있다. 실질적인 공유가 이루어지면 소유의 개념이 사라진다. 결국 무소유 사회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귀찮은 시대, 결국 공동체가 해법일 수밖에 없다. 혼자이고 싶으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희원하는 시대에 개인성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며 즐거움이라고 느끼는 공동체적인 인간형이 미래 사회의 모델이 될 것이다.  

          

유정길
•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 한살림 마음살림위원회 연수위원 •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 • 지역아동센터 서울지원단 운영위원  •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 이사  • 고양시자원봉사센터 이사 

유정길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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