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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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 전순환
  • 승인 2019.04.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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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송반야경』에서 석가모니 세존과 수많은 보살마하살들은 반야바라밀다에 대한 담론을 진행해 나간다. 세존 외에 담론의 주축을 이루는 자들은 세존의 제자들이며, 십대제자(十代弟子)로 알려져 있다. 제자들의 이름들은 의역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음역된 한자어이다. 한번 열거해 보겠다. 

❶ 수보리(須菩提) 또는 선현(善現), ❷ 사리불(舍利佛) 또는 사리자(舍利子), ❸ 부루나(富樓那), ❹ 마하가섭(摩訶迦葉), ❺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 ❻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 ❼ 아난다(阿難陀) 또는 경희(慶喜), ❽ 아나율(阿那律) 또는 무멸(無滅), ❾ 나후라(羅睺羅), ❿우바리(優婆離). 

자주 들어본 친숙한 이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름들도 있을 것이다. 한자어를 갖고 있는 우리의 이름들 대부분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제자들의 이름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의미가 통하지 않는 한자 음역으로 가려져 있기에 이 자체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 시점에서 “왜 굳이 이름의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알아서 얻는 것이 무엇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사람에게, 특히 옛 성자나 성현에게 붙여진 이름에는 해당 인물에 대한 적지 않은 정보가 담겨 있다. 기록이 전혀 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황이라도 이름이 주어진다면, 어원 분석을 통해 그 이름의 주인에 대한 정보, 예를 들어 (지역 또는 부족의) 출신, 계급,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름, 인품, 사건 등을 알아낼 수 있거나 어느 정도 추리해 볼 수 있다.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고 쉽지 않은 어원 여행이었지만,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얻은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    수보리와 사리자

수보리로 음역되는 수부티(subhūti)는 『팔천송반야경』에서 1,800회 이상 언급되며, 세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그의 제자이다. 이 산스크리트 이름을 구마라집은 음역의 수보리(須菩提)로, 현장은 의역인 선현(善現)으로 일정하게 번역하고 있다. 수부티는 코살라(kosala) 왕국의 사위성(舍衛城)으로 음역되는 쉬라와스티(śrāvastī)에서 제일 부유한 상인인 수마나세티(sumanaseṭṭī)의 아들이고, 수닷타(sudatta)로 불리는 형은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다고 하여 급고독(給孤獨)으로 의역되는 아나타핀다다(anāthapiṇḍada)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세 명의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좋은, 선한, 잘’을 의미하는 수-(su)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버지에게는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의 수-마나[스](sumana[s])란 단어가 있고, 형의 이름인 수-닷타는 ‘잘 준 (사람)’이란 뜻이다. 부유했기에 좋은 마음을 갖고 음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잘 베풀었을 것이다. 아들이자 동생인 수-부티 역시 ‘선한 존재’라는 의미이며, 수보리는 아버지나 형보다 더 잘 베풀며 사람들을 교화했을 것이다. 도움받은 자들이 그에게 많은 공양을 했기에 공양제일(供養第一)로 불리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해본다. 『팔천송반야경』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형 수닷타 또한 사위성 근처에 기원정사(祇園精舍),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의역되는 제타와나(jetavana)-아나타핀다다(anāthapiṇḍada)-아라마(ārāma)를 지어 세존에게 헌납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보리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제자는 샤리푸트라(śāriputra)이다. 현장은 이를 사리자(舍利子)로 번역하고 있다. 사리는 샤리(śāri)의 음역이고, 자(子)는 푸트라(putra)의 의역이다. 구마라집은 샤리푸트라를 음역인 사리불(舍利弗)로 번역하고 있다. 마가다(magadha) 왕국의 왕사성(王舍城)으로 의역되는 라자그르하(rājagṛha) 북쪽에 위치한 나라카(nalaka)의 한 마을에서 브라만 계급인 아버지 티샤(tiṣya)와 어머니 샤리(śāri)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의 아들’이란 이름을, 부모 각각으로부터 부여받는다. 하나는 어머니의 이름이 들어간 ‘샤리의 아들’을 뜻하는 샤리-푸트라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이름이 들어간 ‘티샤에 가까이 있는 (사람), 티샤의 아들’을 의미하는 우파-티샤(upa-tiṣya)이다. 아명(兒名)인 우파티샤보다 샤리푸트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지혜제일(智慧第一)로 불리는 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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