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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작가들의 한 물건] 컵홀더 함부로 구기지 마라

요즘은 봄볕을 쬐는 게 좋아져서 점심 식사 후 커피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골목길을 돌고 돌아 걷다가 사무실로 복귀하곤 한다. 갓 나온 커피는 뜨겁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컵 속에서 출렁이다 뚜껑의 흡입구로 넘칠까 봐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지고 그렇게 느려진 걸음만큼 내 주의를 오감에 더 할애할 수 있다. 지금은 남의 집 담장 위로 꽃봉오리를 부풀리는 목련에 시선이 오래 머무는데 몇 주 뒤에는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누군가 나를 부르는 기분으로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다. 한 동네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읽게 되는 계절의 행간이다.

산책을 하지 않고 곧장 복귀하던 겨울엔 늘 이십 분쯤 휴게시간이 남았는데 요즘은 곧장 오후 업무 시간에 돌입해버리니 어딘가 아쉽다. 얼른 업무 모드로 전환하지 못해 책상 위에 흩어진 것들을 정리하다가 이제는 마시기 알맞게 식은 커피를 들고 상념에 빠진다.

김덕희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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