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조계사의 아이언 천왕
상태바
[테마 에세이] 조계사의 아이언 천왕
  • 주수완
  • 승인 2019.04.25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사 앞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다. 조계사를 방문하는 불자나 관광객, 혹은 그와는 상관없는 근처의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은 달라도 조계사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만큼 조계사 앞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이다. 조계사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일주문 앞을 정성스레 꾸며놓는다. 그래서 이 앞을 지날 때면 도심 속임에도 불구하고 계절을 읽을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일주문을 통해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다 보면 독특한 철붙이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사천왕상이다. 그런데 그 사천왕상들은 평소 절에서 보던 사천왕과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원래 사찰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이라는 세 개의 문을 지나야 하는 것이 법식이다. 그러나 조계사에는 일주문만 있다. 법식에 따라 금강문, 천왕문도 들이고 싶지만, 아마 현재 상태에서는 그럴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천왕을 천왕문이 아닌 일주문에 모심으로써 타협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일주문에 사천왕을 세우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사천왕은 보통 그 크기가 사람 키를 넘는 거대한 상인데 그것도 네 분이나 세우려면 일주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신도들이 드나드는 데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는 천왕문이 좁아 조각상으로 봉안하기 어려운 경우 사천왕을 그림으로 그려 벽에 걸거나 혹은 문짝에 그려 넣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계사 일주문은 개방된 형태의 문이기 때문에 사천왕을 그릴 만한 문짝도 없고, 만약 종이나 비단에 그려 건다면 금방 비에 젖을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간단하고 초보적인 해결로서 비에 젖지 않는 가벽을 만들어 대충 그려 넣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계사는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얇은 철판을 겹겹이 세워 평면도 입체도 아닌, 퍼즐 조각 같은 독특한 사천왕을 세운 것이다. 언뜻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전위적이다. 평소 조계사를 드나들거나 지나면서 이 사천왕을 뵐 때마다 그 기발한 발상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이런 현대적 감각의 사천왕을 만든 분도, 그리고 조계종의 센터인 조계사 정문에 이런 전위적 사천왕을 세우도록 계획하고 허락하신 분도 모두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