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내적인 경험과 지혜로서의 종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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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내적인 경험과 지혜로서의 종교 시대
  • 명법 스님
  • 승인 2019.04.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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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사적이고 부차적인 종교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었다.” 

유니온 신학대학원 폴 니터 교수의 말이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인데, 종교 대화 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불자라거나 유대교인이면서 불자가 되는 등 서로 다른 종교가 뒤섞인 복합적인 종교적 정체성을 갖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해졌을까?

“불교는 나로 하여금 나의 지적 진실성을 유지하고 나의 문화에서 내가 진실하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긍정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라는 폴 니터의 말에서 현대인의 종교 이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면, 사람들에게 종교가 초월적인 신성이나 신성불가침한 권위의 원천이기보다 개개인의 삶과 문화 속에서 내면적이며 진실하고 선한 것으로 접근하는 통로로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전환, 다시 말해 종교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이 탈종교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이다.

서양 근대가 추구해온 세속화란 공적 생활로부터 종교를 분리하고 주술적·신화적 힘으로부터 이성을 구출하는 “탈주술화”로 특징지어진다. 찰스 테일러가 지적하듯이 서양의 기독교 문명은 “사회나 문화 전체가 기독교 신앙과 행위로 고취되고 사회와 문화가 일정한 형태의 기독교 신앙을 중심으로 결합되었던 문명”이다. 근대의 도래와 더불어 기독교의 이와 같은 공적 기능이 소멸되고, 출생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주어졌던 교회에 대한 귀속이 사라졌다. 국가나 종족, 지역, 가족이 개인의 종교를 결정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종교는 개인에 의해 선택되는 사적인 것이 되었다. 종교 활동은 급격히 쇠퇴하고 사찰이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조차 종교는 그들 삶에서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오늘날 어떤 종교를 선택하느냐는 문제는 무슨 옷을 입을지, 누구를 만날지, 휴가를 어디서 보낼지, 집안 장식은 어떻게 할지 등등 개인적인 관심사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덜 중요한 일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삶을 중심으로 살아가며 패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자신의 공간을 나만의 필요와 기호에 따라 꾸미는 것에 관심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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