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다나 회장 탄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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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다나 회장 탄경 스님
  • 김우진
  • 승인 2019.03.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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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추운 새벽, 부처님께 묻는다
사진: 최배문

부처님 앞에 이불을 깔고 몸을 뉘었다. 멀리 진해에서 올라온 보살님과 네팔에서 온 노동자 한 분은 벌써 잠에 들었다. 우리는 내일 새벽 함께 음식을 나눠야 한다. 동이 트지 않은 거리에서 노숙자들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어둡고 추운 길을 나서야 할까? 굳이 이렇게 애써야 할까? 부처님께 묻는다.

|    다함께 나누는 세상

탄경 스님이 이끄는 사단법인 다나(다 함께 나누는 세상)의 봉사자들은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종로 거리로 향한다. 길 위에서 바람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노숙자들에게 준비한 음식을 건넨다. 하나씩 묶어 놓은 봉지에는 사발면과 주스, 초코파이 등이 들어 있다.

“3, 4년 정도 되었죠. 매주 같은 시간 이분들에게 음식을 나눕니다. 보통 100~150개 정도 나눠드립니다. 일 년에 네 번, 부처님 오신 날처럼 특별한 때에는 조금 더 많이 준비하지요.”

광화문과 을지로, 보신각과 탑골공원 등지를 돌아오는 길. 캄캄한 하늘 사이로 빛이 갈라져 나온다. 가벼워진 수레만큼이나 마음도 시원하다. 탄경 스님은 나눔을 다하고 돌아올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탄경 스님의 자비행은 2005년 파키스탄 지진 구호 활동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번졌다. 구호 활동을 했던 보름의 시간이 스님의 마음에 큰 서원을 새겼다. ‘도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품고 있던 스님은 삶의 현장에서 자비행의 실천이 그 길임을 통감했다. 

“정말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더라고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 멍하니 있었다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 데 몰두하느라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스님의 자비행은 그렇게 이어졌다.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전하는 일 외에도 함께하는 일들이 많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는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쌀과 반찬, 학용품, 생필품 등 필요한 물품을 나눈다. 또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며, 네팔 이주 여성 쉼터와 네팔 법당 후원, 네팔 현지 교육 지원, 라오스 태양광 발전소 지원 사업 등도 하고 있다. 스님의 활동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향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주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일을 하려는 데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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