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끊은 지 올해로 10년째이다. 당시 내 결심을 확인한 어머니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 그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반응이셨을까. 목사님 말이라면 나무에서 사람 열린다 해도 다 믿었던 할머니는 충격이 크셨을 것이다.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주말마다 마지못해 집을 나서던 할아버지는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엔 적잖이 놀라셨을 테고. 30년을 매주, 말 그대로 한결같이, 가족 중에 최고로 진지한 표정과 몸짓으로 설교를 경청하던 내가 교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게 될 줄이야. 우습지만, 나의 변절에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나였다. 실은 지금도 고통이 적지 않다. 신의 사랑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뭐 그런 거창하고 관념적인 이유를 대려는 게 아니다. 분에 넘치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감사할 곳이 없다는 게, 나쁜 일이 닥쳤을 때 그걸 조용히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게 무척 괴롭다. 행운도 불행도 모두 우연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권선징악은 다 동화 속 이야기이고, 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운명 같은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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