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불은(佛恩)을 갚을 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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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불은(佛恩)을 갚을 길이 열리다
  • 조현
  • 승인 2019.03.2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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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딸은 시간만 나면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멤버들의 사진을 보고, 노래를 듣는다. 아, 아스트로한테 쓰는 시간의 100분의 1만이라도 이 아빠 글을 읽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언감생심 이런 희망을 품다가 어느 날 딸한테 “아스트로만 인기 있는 거 아냐, 아빠도 10대 소녀팬들 있어.”라고 으스댔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는 딸에게 네이버를 열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내 책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책 제목을 치면 네이버엔 어느 연령대가 그 책을 가장 많이 조회하는지 표시되는데, 내 책 아래엔 ‘1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조회한 책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딸은 보면서도 영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그때 내 책과 관련된 책 기사가 떴다. 바야흐로 ‘홀로’가 대세라며 그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내 책 제목도 써놓은 것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마을공동체 탐사기’라는 부제는 보지도 않고, 이 책도 ‘홀로 홀가분하게 기분 내키는 대로 한번 살아보자’는 책으로 여긴 것이다. 기자마저 혼삶을 부추기는 책으로 오해했으니, 10대 소녀들도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라는 제목만 보고, ‘앗싸, 하기 싫은 공부도 때려치우고, 기분 나쁘면 학교도 그만두고, 여행이나 다니며 마음대로 살아보자’는 책인 줄 알고 호기심이 발동했을 수 있다.

10대 소녀팬들의 환호까지 받진 못했지만, 이 책을 내고 나서 과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중앙일보」는 연말에 올해의 책을 선발하며 유발 하라리의 책에 이어 인문분야 2위로 선정하고, 교보문고 핵심 회원들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주고, 전국 수백 곳의 독서 모임에서 이 책으로 독회를 한다고 들었다. 무려 50여 곳 강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알려진 대중 스타도 아닌 내 강연을 누가 들으러 올까 싶었다. 그런데 강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는 내 눈을 의심하곤 했다. 오랜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쳐 홀로 숨어드는 히키코모리가 늘고, 혼술, 혼밥, 혼삶이 대세인 시대에 ‘함께 사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다는 건 일반의 예측을 뒤엎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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