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나무에는 영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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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나무에는 영혼이 있다
  • 김택근
  • 승인 2019.03.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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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땅 속, 땅 위, 공중에 뻗어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흡사 과거의 심연으로부터 돋아나 현재를 거쳐 미래로 뻗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나무에 영혼이 있을까. 인간처럼 생각을 할까. 프랑스 수목학자 자크 부로스는 <나무의 신화>에서 식물들도 두려움을 느끼며 기억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나무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은 우리에게 철 지난 미신처럼 보인다. 그러나 버나드 쇼와 앙리 베르그송을 열광시킨, 식물의 심리에 관한 중요한 저술을 쓴 인도의 저명한 학자는 1900년부터 30여 년 동안 실험을 통해 식물에게도 어떤 특정한 기억능력이 동반된 감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꽤 오래전 일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서 있던 300살 백송이 폭풍으로 쓰러졌다. 주민들이 이 백송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더 이상 잎을 피우지 못했다. 마을의 수호목인 백송의 ‘하얀 주검’을 살피던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테를 살펴봤더니 백송은 1910년을 전후로 갑자기 성장을 멈췄다. 백송은 1940년대 후반에 가서야 다시 성장을 했다고 한다. 그 기간이 일제 강점기와 일치했다. 나무도 나라 잃은 슬픔에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는 얘기다.

성도(成道)의 땅, 인도 보드가야 사원에는 우람한 보리수가 있다. 그 아래 엎드렸을 때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중도를 깨닫고 새벽별을 보며 부처님이 세상에 던진 일성은 불교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그 말을 보리수가 처음 들었다. 사원의 대탑보다, 그 안에 모셔진 불상보다 보리수에 더 끌렸다. 그 여운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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