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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일화로 만나는 틱낫한 스님의 삶,

그 속에 빛나는 지혜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틱낫한 지음 · 이현주 옮김 | 224쪽 | 값 15,000원


만약 삶을 하나씩 오르는 계단에 비한다면, 아흔에 이르러 내려다보는 세상은 얼마나 높고 크고 멀리까지 볼 수 있을까요. 더구나 맑은 영혼을 닦아온 수행자라면 그 삶의 깊이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듯합니다. 
바로 틱낫한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베트남 벽촌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에 출가하여 전쟁과 망명에 이어, 수행 단체를 이끌며 전 세계인의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는 틱낫한 스님.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쉽고 간결한 언어를 좋아합니다. 낮은 목소리와 천천히 걷는 걸음, 따듯하고 친절한 눈길을 사랑합니다. 스님은 어떤 커다란 가르침보다 바로 지금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일상의 힘에 대해 말해 왔습니다. 나의 한 생각을 바로 보고 나의 가족을 돌보고 이웃을 사랑하고 온 생명이 함께 행복한 삶, 그것의 시작은 한 호흡을 온전히 지켜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호흡에 집중하기,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 바로 ‘마음챙김’입니다. 스님이 처음 쓰기 시작한 이 단어는 지금은 불교인이 아닌 이들도 편안하게 사용하고 있지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그동안 스님이 펴낸 저서와는 다르게, 40여 년간 망명인으로 살아야 했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치유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스님의 어린 시절, 출가, 전쟁과 망명 생활,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자두마을)’ 공동체 설립, 전 세계를 다니며 가르침을 펼친 이야기들. 특히 틱낫한 스님 특유의 간결한 언어로 그려지는 ‘깨달음의 순간들’은 가슴속으로 따듯하게 흘러들어 마치 내가 그 깨달음의 주인공인 듯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현주 목사님은 후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낫한 스님의 글을 읽고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 주어진 고마운 은총이다. 이 책은 늙은 자두나무 뒤틀린 기둥에서 피어나는 노란 꽃송이들 같은, 고통과 외로움의 눈물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한 늙은이가 세상에 은근히 건네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더 무슨 말로 사족을 달 것인가?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 스스로 깨어나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친 틱낫한 스님의 삶은 한 인간이 남기는 발자국의 크기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만드는 내내 이 책을 받아들고 읽을 독자분들을 생각하며 설렜습니다. 나는 이런 대목이 좋았는데, 독자분들은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와 닿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표지는 나무인 듯 사람인 듯한 숲입니다. 숲과 하나 되는 인간.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라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과 하나 되는 삶, 그곳에 가장 큰 기쁨과 삶의 의미가 깃들어있겠지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는 25쪽 ‘은자와 샘’입니다. 틱낫한 스님이 ‘이 신비로운 일’을 겪고 열여섯 살 나이에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사미승이 됩니다.

김선경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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