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단순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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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통신] ‘단순함의 미학’
  • 유권준
  • 승인 2019.0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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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취재차 해남 미황사에 들렀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아침공양을 했다.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있어서인지, 토스트와 간단한 샐러드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침공양의 백미는 단연 떡국이었다. 얼핏 보기에 희멀건 국물에 담긴 떡이 전부인 떡국이었다. 하지만, 맛은 달랐다. 자리를 함께했던 사진작가 이갑철 선생은 “이런 떡국은 처음 맛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식사를 마치고, 공양간에 들러 떡국의 비법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다시마 우린 국물에 잣을 갈아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었다. 레시피는 단순함 그 자체였다.

●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함께 했던 켄 시걸은 그의 책 『미친 듯이 심플』에서 단순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설명했다. 그는 ‘심플’해지기 위해 냉혹할 정도로 솔직해 져야 하고, 최소로 생각해야 하며, 상징을 알아야하고, 회의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뒤집어 보고, 의심하고, 대세를 좇지 말고, 단순해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채우기보다 덜어내고, ‘심플’해지기 위해 ‘복잡’해져야 한다는 역설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진 것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이었다. 단순함을 칭송하는 동서양의 격언은 셀 수 없이 많다. ‘단순함이야말로 궁극의 세련됨’(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도 그중 하나다. 노자의 도덕경 45장에 나오는 크게 솜씨가 좋은 것은 졸렬해 보일 수 있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도 동양적 사유로 풀어낸 단순함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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