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현대시인 만해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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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대시인 만해 다시보기
  • 이경철
  • 승인 2019.02.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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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을 가랴거든 지옥을 피치마랴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어요 /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만해 한용운의 유일한 시집 『님의 침묵』에 실린 「나룻배와 행인行人」 전문이다. 사랑할 임이 떠난 침묵의 궁핍한 시대지만 침묵하지 않고 시로서 사랑을 일깨우고 우리네 본래 마음자리를 잃게 하지 않은 사람. 독립투사로, 사회혁명가로, 승려와 시인으로 일본 식민지 아래 우리민족을 해방된 나라로 건네주고 깨끗이 산화散華한 그런 전인적인 ‘임’이 만해다.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만해는 향리에서 전통적인 서당교육을 받으며 18세에 이미 학생들을 가르치는 훈장 노릇을 한 신동이다. 동학혁명에 가담했다 설악산으로 몸을 숨긴 만해는 백담사 등에 머물다 좀 더 넓은 세계를 알고자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떠나기도 했다. 

“남아는 가는 곳이 곧 고향인 것을 / 객수客愁 속에 오래 빠진 사람들 그 몇일 것인가 / 한 소리 크게 질러 삼천세계 깨뜨리니 / 눈 속에 복사꽃 조각조각 붉구나”. 1905년 백담사로 출가한 만해가 1917년 12월 3일 밤 백담사 오세암에서 참선 끝에 크게 깨닫고 지은 오도송悟道頌이다. 

넘치는 남아의 기개와 함께 깨달음이 빛나는 이 시를 보고 만화萬化스님은 “한 입으로 온 바닷물을 다 길어 마셔버렸구나(一口汲盡萬海水)”라며 그 깨달음을 증명하고 가사와 발우를 전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민족사를 빛낸 ‘만해萬海’라는 호가 내려진 것이다. 만해는 이 오도송을 쓰고 난 후 세상으로 나와 1918년 월간지 『유심惟心』을 창간했다. 

“심心은 심心이니라. / 심만 심이 아니라 비심非心도 심이니 심외心外에는 하물何物도 무無하니라. / 생生도 심이오 사死도 심이니라. / 무궁화도 심이오 장미화도 심이니라. / (중략) / 심은 하시라도 하사하물何事何物에라도 심 자체自體뿐이니라. / 심은 절대며 자유며 만능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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