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과 동물이야기] 새 부처, 나무 부처, 풀 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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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동물이야기] 새 부처, 나무 부처, 풀 부처 …
  • 양민호
  • 승인 2019.02.26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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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가르침을 듣다
그림 : 봉현

도연암(度淵庵)으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안내석을 따라 길을 꺾어 들어 암자로 오르기까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서 있는 작은 표지판만이 지금 가는 길이 목적지로 제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가 닿은 도연암. 그곳엔 절이라기엔 다소 초라해 보이는 작은 컨테이너 건물 세 동이 나지막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멀리 오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마중 나온 도연 스님 인사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서로 합장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친근함이 물씬 느껴졌다. 산중에 홀로 사는 스님이 이렇게 따뜻하고 사교성 좋다니 조금 의외였지만, 그런들 어떠랴. 의외의 상황이 기분 좋은 쪽이라면 그저 기분 좋게 어울리면 될 일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스님 안내에 따라 도연암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쪽이 법당, 저쪽이 생태학교, 그 아래가 숙소…. 특별할 것 없다며 간단히 소개를 마친 스님. 하지만 낯선 이가 보기에 스님 말씀은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았다. 이곳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건물 외벽과 나무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새집과 모이통. 한눈에 봐도 ‘이 스님은 새에 관심이 많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만큼 수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 익숙한 듯 다양한 종류의 산새들이 분주히 오가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새들이 오느냐 묻는 말에 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동고비 등 자연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들어볼 법한 이름들이 스님 입에서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일 년에 약 120종의 새가 이곳을 찾는답니다. 놀랍죠? 그런데 사실 어디나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칠 뿐입니다. ”

도연 스님의 새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스스로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고 말할 만큼 오랫동안 새를 연구해 왔고, 그런 활동이 여러 번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자연주의자, 생태활동가, 황새지킴이, 철새 사진가 등 스님에게 붙은 다양한 수식어의 첫 출발점이 된 것도 새와의 만남이었다. 말하자면 도연 스님에게 새는 새로운 수행의 길을 함께한 도반이자 스승이다. 이날 도연암을 찾은 것도 그런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도연 스님과 산새의 네츄럴 러브스토리. 그런데 웬걸, 소박한 기대와 달리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저 알콩달콩한 새 사랑 로맨스가 아니었다. 어떻게 부처님 가르침을 오롯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를 쉼 없이 고뇌해온 수행자의 웅숭깊은 말들이었다.

공유과 공존의 이치를 설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짧은 암자 탐방을 마치고 ‘곤줄박이 산새학교’, ‘자연의벗연구소자연학교’, ‘한탄강 생태연구소’라는 푯말이 붙은 ‘저쪽’ 생태학교에 마주 앉아 도연 스님과 이야기 나누었다. 도연 스님이 이곳에 정착한 지 20여 년. 처음에는 컨테이너 하나 덜렁 놓고 생활하셨다고 한다. 점차 스님의 생태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포천시에서 암자로 오르는 도로도 포장해주고 전기와 수도도 들여 주었지만, 당시만 해도 자연인 생활에 가까웠다고. 그 삶이 얼마나 궁핍하고 고단했을지 묻지 않아도 짐작할 만했다. 안온한 대중생활을 마다하고 구태여 척박한 이곳에 홀로 터를 잡은 사연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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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2019-11-27 12:22:54
로그인 때문에 읽기가 중단되었어요. 슬퍼요.
제한은
제한을 받고 싶다는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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