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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가전연 존자설명을 참 잘했던 가전연 존자
  • 이미령
  • 승인 2019.02.26 15:17
  • 호수 533
  • 댓글 0
가전연_일본 흥복사 소장.

|    가난을 파세요, 할머니
인도 서쪽에 자리한 나라 아반티국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조용한 강가에 난데없는 통곡소리가 퍼졌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노파의 곡소리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서럽게 흐느끼는 노파 옆에는 물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물 항아리는 옆에다 아무렇게나 버려두고서 노파는 땅을 치며 흐느끼고 있습니다. 

바짝 마른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는 옷 사이로 매를 맞은 흔적까지 또렷하게 보입니다. 분명 어느 부잣집의 종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른 아침에 강가에서 이렇게나 목 놓아 울고 있을까요?

서럽게 울고 있는 노파 곁으로 스님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인가요? 왜 이렇게 슬피 울고 계십니까?”

통곡하는 노파에게 다가온 이는 가전연 존자입니다. 부처님도 인정한, 지혜롭고 법문을 잘 하기로 이름난 분입니다. 노파는 서럽게 울어댄 까닭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저는 저 건너 큰 부잣집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인은 어마어마한 부자입니다. 그런데 인색하기가 세상에 둘도 없을 거예요. 쌀 한 톨도 아까워 벌벌 떠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어찌나 거친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뭐든 집어 들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팹니다. 그나마 재빨리 피하면 좀 덜 맞을까, 이 늙고 병든 저는 때리는 대로 고스란히 맞을 밖에요. 이날 이때까지 단 하루도 편안하게 지내온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배불리 먹거나 편히 잠자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평생 주인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언제나 죽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사람 목숨이 또 참 그렇더군요. 죽고 싶지만 죽지도 못하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랬군요. 할머니, 정말 고단하게 살아오셨군요.”

“예, 스님.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집안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해오는데 단 한 순간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병 들어도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사람도 없이 외롭고 배고프고 아프고 힘들게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노파는 그동안의 설움을 다 쏟아내려는 듯 흐느끼면서 신세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노파의 울음도 가라앉고 넋두리도 잠잠해지자 가전연 존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렇게 가난하신데, 왜 그 가난을 팔아버리지 않으셨나요?”

노파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 스님? 가난을 팔지 않았냐고요? 아니,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가난을 사겠습니까?”

“할머니, 가난은 팔 수 있습니다. 제 말대로 한번 해보십시오.”

노파는 세 번이나 거듭 물었고 가전연 존자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설마 수행을 오랫동안 해온 분 같은데 나 같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리야 없겠지.’

노파는 결심했습니다.

“좋습니다. 스님. 스님 말씀대로 가난을 팔겠습니다.”

그러자 가전연 존자가 말했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먼저 저 강물에 들어가서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나오시지요.” 

노파가 존자의 말을 따라 목욕을 하고 나오자 존자는 다시 이렇게 일렀습니다.

“자, 이제 보시를 하시는 겁니다.”

노파는 자기 귀를 의심했습니다.

“스님, 보시를 하라고요? 제가 보시할 게 있으면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저는 가진 게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입고 있는 다 떨어진 넝마 말고는 그녀의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가전연 존자는 자신의 발우를 건네주며 물을 떠오라고 일렀습니다. 노파가 물을 떠오자 존자는 발우를 받아들더니 가만가만 축원의 주문을 외웠습니다. 그리고 노파에게 계를 주었고, 이어서 부처님을 생각하는 염불을 일러주면서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복을 불러오는지 들려주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온갖 험한 소리와 거친 명령만 들어오던 노파였습니다. 그런 만큼 자신을 위한 축원을 듣는 것도 처음이요, 천한 신분이었던 자신이 다섯 가지 계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일도 처음이요, 부처님이란 존재를 그리며 진심을 다해 성자의 이름을 외는 일도 처음이었습니다. 노파는 귀를 기울이며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가전연 존자 앞에 선 지금, 자신은 한 끼의 거친 밥을 위해 학대와 노동에 자신을 팔아야 했던 천한 노예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오롯하게 마음을 기울여 선하고 밝고 바른 것을 생각하는 한 사람의 구도자일 뿐입니다.
이어서 가전연 존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집은 어디입니까? 어디에서 주무십니까?”

“스님, 집이랄 곳이 제게는 없습니다. 그저 주인집에서 일하다 피곤해서 쓰러져 자는 곳이 제 집입니다. 맷돌을 돌리다가 맷돌 밑에서 잠들면 그곳이 제 집이고, 방아를 찧거나 불을 때다 잠들면 그곳이 제 방이지요. 정 잘 곳이 없으면 쓰레기 더미 속에 들어가 자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비참한 신세가 있을까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살아가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금 노파에게 ‘전생의 죄’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저 지금 현재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권하면 되는 것이지요. 가전연 존자는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일러주는 대로 하셔야 합니다. 속으로 나쁜 생각을 하지 말고 할머니 스스로를 한탄하는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주인집 식구가 모두 잠든 때를 기다렸다가 부엌 한 구석에 깨끗한 풀을 가져다 자리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그 풀 자리 위에 앉아서 부처님을 떠올리고 부처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이러는 동안 조금이라도 세상을 비난하거나 할머니 신세를 탓하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부처님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관觀하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염불 즉 부처님을 간절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저 부처님 이름만 되뇌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득 세상에서 가장 바르고 완전한 부처님을 품는 것입니다. 노파는 스님의 말을 잘 기억했다가 주인집으로 돌아가서는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날 밤 노파는 세속에서의 한 많은 삶을 마쳤습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부처님을 생각한 노파는 곧장 천상 세계인 도리천에 났습니다.

이런 사연을 알 리가 없는 인색한 주인은 다음 날 아침 노파 시신을 발견하고 소리쳤습니다.

“천하디 천한 것이 어떻게 내 집 안에서 죽느냔 말이야!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시체를 끌어내!”

사람들은 노파 다리 한쪽을 새끼줄로 묶어서 집 밖 공터에 내다버렸습니다. 아무리 천한 신분이었다 해도 생을 마친 이에게 너무나 가혹한 짓입니다.

가전연 존자는 노파가 그날 목숨을 마칠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달려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러주었던 것이지요. 가전연 존자가 아니었다면, 노파의 삶은 어떻게 막을 내렸을까요? 서럽게 신세를 한탄하며 울부짖다가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집주인에게 맞설 수는 없었습니다. 인도 사회에서 신분제도는 너무나 굳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분제도가 설령 그렇더라도, 자기 자신은 스스로를 천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천상에 하늘사람으로 태어난 전생의 노파는 며칠 뒤 한적한 빈터에 버려진 자신의 시신을 찾아 내려갑니다. 그리고 천상의 향을 공양 올리자 시신은 눈부시게 빛을 냈다고 경전에서는 말합니다. 그런 모습을 인색하고 사납기 짝이 없는 주인이 목격하게 되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현우경』) 

부처님은 가전연 존자를 일컬어 ‘어려운 법문을 명쾌하게 설명하기로 으뜸가는 이’라고 찬탄을 하십니다. 논의論議제일이라고 하지요. 대체 논의제일이란 어떤 것일까요? 어려운 교리를 더욱 세밀하게 펼쳐 보이는 데에 최고라는 뜻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화를 보면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난을 팔라는 희한한 제안에 노파는 평생 가난에 짓눌리던 삶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습니다. 급기야 천상의 신으로 다음 생을 받게 되었지요. 천한 노예에서 천상의 신으로 거듭났습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가전연 존자는 어려운 법문 한 마디 없이도 사람들로 하여금 거듭나게 하였으니, 과연 ‘논의제일’이 틀림없습니다.(계속)                                                                                                  


           이미령
불교강사이며, 불교칼럼리스트, 그리고 경전이야기꾼이다. 동국역경위원을 지냈고, 현재 BBS불교방송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를 진행하고 있고, 불교책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여행’을 이끌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붓다 한 말씀』,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수행입문』, 『이미령의 명작산책』, 『타인의 슬픔을 들여다볼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등이 있다. 

이미령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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