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가전연 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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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가전연 존자
  • 이미령
  • 승인 2019.02.2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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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참 잘했던 가전연 존자
가전연_일본 흥복사 소장.

|    가난을 파세요, 할머니

인도 서쪽에 자리한 나라 아반티국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조용한 강가에 난데없는 통곡소리가 퍼졌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노파의 곡소리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서럽게 흐느끼는 노파 옆에는 물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물 항아리는 옆에다 아무렇게나 버려두고서 노파는 땅을 치며 흐느끼고 있습니다. 

바짝 마른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는 옷 사이로 매를 맞은 흔적까지 또렷하게 보입니다. 분명 어느 부잣집의 종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른 아침에 강가에서 이렇게나 목 놓아 울고 있을까요?

서럽게 울고 있는 노파 곁으로 스님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인가요? 왜 이렇게 슬피 울고 계십니까?”

통곡하는 노파에게 다가온 이는 가전연 존자입니다. 부처님도 인정한, 지혜롭고 법문을 잘 하기로 이름난 분입니다. 노파는 서럽게 울어댄 까닭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저는 저 건너 큰 부잣집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인은 어마어마한 부자입니다. 그런데 인색하기가 세상에 둘도 없을 거예요. 쌀 한 톨도 아까워 벌벌 떠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어찌나 거친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뭐든 집어 들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팹니다. 그나마 재빨리 피하면 좀 덜 맞을까, 이 늙고 병든 저는 때리는 대로 고스란히 맞을 밖에요. 이날 이때까지 단 하루도 편안하게 지내온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배불리 먹거나 편히 잠자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평생 주인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언제나 죽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사람 목숨이 또 참 그렇더군요. 죽고 싶지만 죽지도 못하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랬군요. 할머니, 정말 고단하게 살아오셨군요.”

“예, 스님.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집안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해오는데 단 한 순간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병 들어도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사람도 없이 외롭고 배고프고 아프고 힘들게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노파는 그동안의 설움을 다 쏟아내려는 듯 흐느끼면서 신세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노파의 울음도 가라앉고 넋두리도 잠잠해지자 가전연 존자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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