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와 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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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와 달마
  • 양동민
  • 승인 2019.02.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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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웅연 지음, 15,000원

 

몇 해 전부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중장년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야생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기 때문이다.

자연인들이 문명을 등지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도 건강 문제, 사업 실패, 인간관계의 배신감, 자연(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이 주를 이룬다. 그들에게 우리가 속한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고, 자연인 생활은 낙원과도 같다. 첩첩산중에서 홀로 불편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곳에 좀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울 뿐입니다.”

자연인들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면, 대부분 어느 상황 속에서 막바지까지 몰려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살기 위해 사람들 곁을 떠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홀로 외떨어진 곳에서 삶의 터전을 악착같이 일구며, 건강을 회복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갔다. 비로소 잃어버린 삶의 행복을 완성해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면 자연스레 ‘인생의 의미’를 되짚게 된다. 그리고 자연인의 모습에서 불현듯 중국 선종(禪宗)을 창시한 초조(初祖) 보리달마가 떠올랐다. 달마 또한 1,500여 년 전 그 누구보다 고독하고 불행했던 사람이었다. 달마는 삶에 대해 헛된 기대나 희망을 부여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직 무심(無心)으로 삶을 관통하며, 지금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진실이자 완성임을 당당하게 펼쳐보였다.

2014년 월간 「불광」 40주년을 맞아 독자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가장 재미있는 꼭지로 ‘보리달마 공략집’이 단연코 많이 꼽혔다. 그 연재 글을 모아 엮은 책이 바로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끝까지 가본 사람, 달마의 인생 공략집』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을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온갖 거짓된 눈속임과 구조적인 모순에 천착해, 달마의 삶과 말에서 길어낸 사상을 곁들였다.

누구에게든 ‘살아있음’이란, 자신에게는 우주적이며 절대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살아도 살아도 허기진 삶, 욕망의 부속이자 체제의 파편으로 살아가는 외로운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연인과 달마의 모습에서 삶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처지와 못남을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완전체(完全體)’인 자신에 대해 확신만 있다면 그따위 불행쯤, 아무렇지 않게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좌절과 울분, 자책과 낙담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자족과 검약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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