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찰들, 법당에서 필라테스 강습도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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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찰들, 법당에서 필라테스 강습도 허용
  • 유권준
  • 승인 2019.02.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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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수 감소에 맞서 비공개 의식도 공개하고, 각종 공간대여 사업도

장례의식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방식의 시주가 크게 감소하면서 불자들을 사찰로 모이게 하려는 일본 사찰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죽음을 준비한다는 의미의 종활(終活)이라는 신조어가 확산되면서 일본 사찰을 지탱하고 있던 시주가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위기에 처한 사찰들이 ‘열린 사원’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열린 사찰을 만들려는 시도는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인이 요구하는 ‘치유’를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찰을 개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라시의 정토종 코젠지(興善寺)는 지난해 11월부터 ‘법당에서 하는 필라테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법회가 열리는 공간인 법당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다미를 깐 법당안에서 10여명의 사람이 수직으로 다리를 올리고, 복근을 사용해 V자로 몸을 구부리는 등 필라테스를 배운다.

필라테스 강사 사카모토 아야노 씨(46)는 “장소가 절이다 보니, 느긋한 마음으로 집중해 수련하다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코젠지(興善寺)처럼 본당을 요가 등 이벤트에 빌려주는 사원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모리타 스님(48)은 "단지 공간으로 빌려주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간 대여를 통해 부처님과 인연을 맺는 일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필라테스 참가자들은 법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에 향을 바른다. 이른바 도향(塗香)과 촉향(触香) 의식을 한다. 수행자의 몸에 향을 발라 부정을 씻고 사기(邪氣)를 없애는 의식이다.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게 하려는 ‘열린 사원’운동의 일환이다.

나라시 남부의 주린인(十輪院: 진언종 사찰)은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법당에서 스님이 예불을 올리는 근행(勤行) 의식을 공개하고 있다. 신청을 하지 않고 와도 된다. 비공개로 진행되던 예불의식을 완전히 공개하자 의식참가자의 90 %가 일반 참배객으로 채워진다. 참배객들은 5분간 스님들과 함께 명상한 후 6 명의 스님과 함께 불경을 함께 읽으며 30 분간의 예불을 함께 올린다.

여러 번 참가하고 있다는 나라현 미사토 쵸의 회사원 아키히로 씨 (51)는 “그동안 사찰 문턱이 높다고 생각해왔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불을 참여하고 난후 부터는 직장에서 생긴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일본 사찰들은 거의 모두 아침예불(근행)을 올린다. 하지만, 비공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일부 사원이 공개를 시작해 현재는 주린인(十輪院) 외에도 코젠지(興善寺), 킨부센지(金峯山寺), 하세데라(長谷寺)등이 일반 참배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절에 와서 단순히 불상과 건축을 '보는'것이 아니라 기도와 수행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라는 의미다. 이같은 사찰개방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하루에 30여명 이상이 모일때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하시모토 스님 (70)은 "사찰에서 보내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으로 의미가 있다”며 “마음을 가자앉히는 장소로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일본 사찰 수는 2016년 기준 약 7만7천곳.  5만5천곳에 달하는 편의점보다도 많은 수다. 하지만 인구고령화와 농촌공동화 현상으로 많은 사찰이 문을 닫고 있다. 사찰들이 문호를 개방해 법당에서 필라테스를 할 수 있게 허용하고, 비공개였던 의식마저 공개하는 것은 사람들을 다시 사찰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일부 사찰에서는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미러볼을 사찰에 설치하거나 댄스 이벤트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스님이 밴드를 불러 법회때 오락행사를 겸하는 사찰도 생겨나고 있다. 사찰의 공간을 임대사이트에 등록해 사찰공간을 렌탈해주는 서비스도 시작되었다.

탈종교화 흐름에 맞선 일본 불교계의 자구노력은 한국불교계에도 시사하는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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