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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象象붓다] 바라캇 서울 <찰나와 영원>오래된 불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9.02.08 14:58
  • 호수 532
  • 댓글 0

박물관급의 고대 예술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역사의 바라캇 갤러리가 런던, 로스앤젤레스, 아부다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5대 째 가업으로 이어진 바라캇 갤러리의 회장 파에즈 바라캇Fayez Barakat은 현 대미술 작가이기도 하다. 시대와 지역을 망라 하는4만여점의수준높은컬렉션을선별전 시하는 한편 어쩌면 미래의 문화재가 될지 모 르는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하는 현대미술 전 시 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바라캇 서울에 서는 지금 불교 미술 전시<찰나와 영원>展을 열고 있다.
 

| 오래된 불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박물관 유리벽 너머로나 볼법한 오래된 유물들이 경계없이놓여있는바라캇서울의1층전시장. 1900여 년 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간 다라 양식의 불두부터 당대와 명대의 불상까지, 거대한 컬렉션의 규모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전시품들 사이를 거닐며 인류의 오랜 조상이 빚어 낸 이 조각품들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이 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작품들이 현대인에게 줄 수 있는 수많은 역사적 지식과 전 통적 가치는 차치하고서, 지금 나의 삶에 구체적 으로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말이다. 이것이 지 니고 있는 가치와는 별개로 내 삶을 어떻게 얼마 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좋다고 하는 작품은 많지만 진정 내 마음을 동하 게 하는 작품은 몇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예술을 감상하는 것 마저 시류에 휩쓸려버린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도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생각을하며세월의흔적이듬뿍 묻어 있는 오래된 표면들, 공들여 손질한 것처럼 보이는 상호와 옷매무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다듬었을 ‘잘 빠진’ 실루엣을 들여다보았다. 조각 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리 정성을 다해 만들 었을까. 어떤 간절함이 이들에게 이런 조각을 하 도록 한 것일까.

|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예술

잠시 후, 전시 연계 행사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예술은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트Art의 어원인 Ars의 원래 의미는 ‘우주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최선’이란 의미입니다. 이 단어는 아주 오래된 인도-유럽어 어근으로 ‘우주의 질서에 맞게 정렬하다’라는 뜻이지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그럼으로써 찰나를 영원하게 만드는 일이 바 로 예술이 아닐까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케케묵은 근대인의 물음, 그 이전의 예술은 오히려 더 실용적이었을지 모른 다. 고대인에게 예술은 삶과 유린된 그 무엇이 아 닌,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무한과 연결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일상성에 굴복하기보다는 지금 여 기의 내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몸부림 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씩, 오래된 불상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하는 듯 했다.
 

| 눈을 감고 여기에 앉는다

연약한 인간종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 던 이유로 많은 학자들은 이족보행과 위험을 상상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꼽는다. 두 발로 걷고 뛸 수 있게 된 인류는 맹수의 공격을 피해 달 아날 수 있었고, 식량을 찾아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두 눈으로 멀리서 다가오는 위험 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불상은 앉아 있 다. 그것도 두 눈을 감고.

“사람들은 모두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 신들이 왜,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를 아는사람은별로없지요.옆사람이달리니나 도달리는것뿐인경우가많습니다.많은불 상들이 취하고 있는 좌정 자세는 직립보행이 라는인간의특권을포기한채로두눈을감 고 내가 열망하는 내 모습이 내면에서 떠오르 는 것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앉을 좌坐처럼, 내 가 마땅히 있어야 할 땅 위에서 나 자신을 제 3 자로의 인간으로 대면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가장 취약한 상태로 몰아넣고, 원래의 자신을 찾으려는 준비인 것이지요.“

오래된 불상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해줄 수 있 는 이야기는 결국 함께 참나를 찾아 자신의 내면 으로 깊이 침잠해보자는 제안이 아닐까. 다른 누구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부처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 상像을 통해 지금을 보다

지하1층 전시장에서는 바라캇 갤러리의 회장이자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파에즈 바라캇의 작품 전이 열리고 있었다. 주로 색깔을 이용해 명상 중 느끼는 몰입의 감정을 표현해온 그는, 캔버스에 물 감을 반복해서 찍는 방식으로 제작된 컬러풀한 회 화 작품들 이외에도 벤틀리 자동차와 당나라 시대 불상에도 물감을 끼얹었다. 평생을 고고예술품 사 업가로서 수 만점의 작품들을 다뤄왔으며, 발굴 현 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유물을 발견하고 분류하며 고고학적 열정을 키워온 그가 과감하게도 귀한 수집품에 물감을 끼얹은 것. 누구보다 유물을 아껴 온 그가 훼손의 목적으로 그리 했을 리는 없다.

자신이 15년간 타오던 자동차에 물감을 끼얹은 것에 대해 그 무엇도 예술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 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한 인터뷰로 미루어 보 아, 이 알록달록한 불상은 고대의 그 어떤 소중한 가치보다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더 중요 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찰나와 영원>展

•장소 : 바라캇 서울 (서울 삼청동)
•기간 : ~2019년 3월 31일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 02)730-1949

자세한 내용은 바라캇 서울 홈페이지(www.barakat.kr) 참조

 

| 이달의 볼 만한 전시

자연을 만나다 – 이재효의 자연미학
모란미술관, 남양주 | 2018. 9. 14 ~ 2019. 3. 31

조각가 이재효에게 자연은 예술과 대립하는 무엇이기보다는 예술로 재발견되는 무엇에 가깝다. 나무와 못의 물성을 최소화 시켜효용성을넘은재료의다른면모를드러내며‘또다른자 연’을 제시하는 이재효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문의: 031-594-8001
 

판타지아 조선 – 김세종민화컬렉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라 광주 | 2018. 12. 14 ~ 2019. 2. 10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규모 민화 전시 회가 광주에서도 열리고 있다. 김세종 컬렉터가 20년간 수집 한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등 70여점의 민화를 보며 ‘소박 함’으로만 소개되어 왔던 우리 민화의 색다른 미감을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1899-5566


변화의 여정
닻미술관,경기광주|2018.10.27~2019.2.17

비누로 만든 불상이 있다. 만지면 녹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2018년 9월호에 소개되기도 했던 비누 조각가 신미경의 전시 에서어느것하나무상無常하지않는것은없다는가르침을직 접 체험해 볼 기회다. 문의: 031-798-2581
 

전환상상
우란1경,서울|2019. 1. 9 ~ 2019. 2. 9

오늘날 우리는 예술가와 장인을 명확히 구분하지만, 이러한 분별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순수예술과 공예가 구분되 기 이전, 장인들이 제작을 대하는 태도를 현대적 관점으로 살 펴보고자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삶과 예술의 일치를 꿈꾸는 작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살펴보며 현대에 장인정신 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문의: 02-465-1418

 

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

마인드디자인(김해다)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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