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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불교] 굿바이 티베트

티베트에 관한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중에서 특별히 충격적인 작품이 있다.

독일 감독 마리아 블루멘크론(Maria Blumencron)이 제작한 티베트 3부작이다.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2000)’ ‘굿바이 티베트(2005)’ ‘티베트 탈주(2012)’ 이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불쑥 닥친 우연한 계기로 제작됐다. 그럭저럭 알려진 배우의 삶을 살던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한가한 저녁시간 자신의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사진작가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보도되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눈밭 속 바위 아래 쪼그리고 앉아 동사한 두 어린이의 사진이었다. 운명은 우연을 가장하여 찾아오는 법이다.

마리아는 다큐멘터리 제작 기획서를 써서 독일국영방송(ZDF)을 찾아가 결국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 다음 과정은 모두 그의 세 편의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첫 번째 작품인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Escape Over the Himalayas)’는 그가 뉴스 시간의 사진에서 받았던 충격 이상의 영향을 서구사회에 던졌다. 승려가 되기 위해, 또는 학교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은 그 제작과정의 이야기가 내용만큼 극적이었다.

독일국영방송의 제작지원을 받은 그는 카메라맨과 함께 아무 연고 없이 무작정 중국을 거쳐 티베트로 갔다.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망명지인 인도 다람살라로 인도하는 길잡이를 찾게 된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함을 두려워한 카메라맨은 병을 빌미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마리아는 망명그룹과 함께 동행하다 중국 경찰에 체포됐다. 엄격한 조사 끝에 그에게 내린 처분은 추방. 아이들은 잡혀갔고 망명그룹을 이끌던 길잡이는 가혹한 고문과 함께 투옥 당한다. 이 과정만 하더라도 매우 혹독한 이야기다. 여기서 그쳤다면 마리아의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난 속에서 좌절을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몰랐던 것인 냥 호피하며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아는 용기를 잃지 않고 두 번째 치명적인 행동을 결행했다. 네팔로 들어가 티베트 난민사회를 수소문한 끝에 망명자들이 히말라야를 넘는 루트를 알아냈다. 그는 현지에서 동지가 된 카메라맨과 함께 무작정 국경을 넘었다. 국경 수비 군인에게 체포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살당할 위험도 있었다. 그도 아니라면 히말라야의 혹한에서 길을 잃고 동사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장벽을 넘어 결국 그는 히말라야를 넘어 망명길에 나선 아이들을 만나고 만다. 다시 한 번 운명의 순간이 우연처럼 찾아온 것이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는 그 아이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과 함께 눈길을 미끄러지며 네팔로 밀입국하는 과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이 필름이 공개되자 전세계는 외면하거나 무관심했던 사실 한 가지를 깨닫게 됐다. 우리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승려가 되기 위해, 공부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종교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히말라야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국경 경비 군인의 눈을 피해 낮에는 숨고 밤에는 걸어 스승을 찾아오는 모습은 세계의 잠든 양심에 자비심을 호소했다. 마리아의 의지는 강했고, 영화는 힘이 셌다.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에게 눈과 귀를 열었다.

망명자들은 자신을 증명할 아무런 신분증도 없이 국경 근방에서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의 망명센터를 거쳐 다시 버스나 트럭으로 인도 국경을 넘는다. 인도 델리까지 와서야 비교적 안심할 수 있고 분류를 거쳐 북인도 다람살라로 가서 달라이라마를 뵙고 학교에 가거나 출가하거나 남인도의 강원으로 간다.

다람살라에는 히말라야를 넘어온 아이들을 위한 학교(Tibetan Children Village)가 있다. 그곳에서 종종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아이들, 강렬히 반사되는 눈빛에 시력을 빼앗긴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히말라야를 넘는 도중 불행을 겪은 것이다. 1년이면 대략 2,000명 이상 많을 때는 3,000명의 티베트인이 히말라야를 넘는다. 봄과 여름에는 국경 경비가 삼엄하여 주로 겨울을 틈탄다. 그들의 3분의1은 학교를 가기위해, 3분의 1은 출가와 강원을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마리아는 다시 두 번째 작품을 만들었다. ‘굿바이 티베트(Good Bye Tibet)’, 망명 어린이들이 만리타향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정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중에 인상 깊은 부분은 아이에게 “인간답게 사는 길을 찾아 스승께 가라”고 등을 떠밀었던 티베트의 어머니가 아이가 히말라야를 넘는 첫 번째 필름을 보면서 오열하는 장면이다.

“저렇게 힘든 길인 줄 알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람살라에서 공부하거나 출가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어머니가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떠나는 아이를 향해 “부모와 떨어지는 슬픔은 잠깐이지만,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스승으로부터 진리를 배우지 못한 삶은 영원한 슬픔이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세 번째 작품은 앞서 이야기한 모든 과정을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티베트 탈주(Escape from Tibet)’는 비교적 짧은 전편들과 달리 2시간 20분 분량의 장편 영화로,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재현하였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티베트의 현실, 그들의 희망, 믿음, 내일을 위한 헌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부처님 전에서 ‘목숨 다해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외치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진실한 맹세일 수도 있다. 마리아는 배우에서 작가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거듭났다. 종교관련 다큐멘터리나 여인의 이야기들을 담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깨달음의 순간은 번갯불처럼 다가온다. 누군가는 무덤덤이 지나쳐가고, 어떤 사람은 각성의 찰라를 관통해 과거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마리아가 만든 세 편의 티베트 다큐멘터리에는 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비심이 있다. 때문에 그의 호소는 힘이 세다.

 

● 마리아의 다큐멘터리는세편 모두영어판으로 유튜브에 공개돼 있다.
● ‘히말라야를 넘는아이들’과 ‘굿바이티베트’는 책으로도 국내에서 출간된 바 있다.
● 티베트망명자들과 승가이야기를 다룬 국내다큐멘터리는 ‘망명의 티베트 불교’가있고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있다.
● 마리아는 지금도 자신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은 티베트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돕고있다.


김천
동국대 인도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방송작가,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신문 객원기자로 종교 관련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여러 편의 독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지금도 인간의 정신과 종교, 명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에 있다.

김천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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