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과 동물이야기] 스님 둘, 백구 셋 그들이 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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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동물이야기] 스님 둘, 백구 셋 그들이 사는 방식
  • 양민호
  • 승인 2019.02.0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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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사진=최배문

“승가대학교를 다니면서 매주 인천의 지선사에서 어린이 법회 법사를 했는데 그곳에의 백구 명지랑 많이 친해졌다. 명지는 내가 초면에 쓰다듬고 궁둥이를 두드리는 걸 허락해 주었다. 어느 날 명지는 여섯 마리 새끼를 낳았고, 그중 한 아이를 내가 데리고 왔다. (...) 나중에 들으니 선우는 우리에게 보내기로 정한 강아지였다고.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진엽스님, 『개.똥.승』중에서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백구와 두 스님(진엽 스님, 경봉 스님)의 조금 특별한 동거 이야기. 시작은 이랬다. 벌써 13년 전 이야기다. 그렇게 시작된 진돗개 한 마리와 두 스님의 동거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사이 어미 선우가 새끼(파랑이, 오페라)를 낳아 식구가 둘 더 늘었다는 것. 그리고 최근 거처를 옮겼다는 것. 이사한 지 겨우 한 달쯤 되었단다. 이제 막 새 공간에 적응을 마친 그들을 만나러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작은 시골 동네를 찾았다.

“집 안에서 자란 녀석들이다 보니까 낯선 사람을 보면 처음에 좀 짖어요. 그래도 착한 아이들이라 물진 않는답니다. 시간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자, 들어오세요.” 살갑게 꼬리를 흔들며 반겨 줄 거란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음을 진엽 스님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깨달았다. 낯선 사람 냄새를 맡자 이구동성으로 짖어대는 녀석들. 요란한 환영식에 살짝 기가 죽었지만 능청스럽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물론 전혀 통하지 않았다. “웡웡~”

다행인 건 진엽 스님 말씀이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 열심히 짖긴 해도 물진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짖는 주기도 잦아들었다. 중간 중간 깜빡했다는 듯 몇 번씩 짖긴 했지 만, 그건 ‘나 아직 여기 있소’ 하는 관심 환기 정도로 여길만 했다. 어쩌면 자기들 얘기에 직접 나서 답한 것일지 모른다는 스님들 말씀이 맞을지 모른다. 이런 게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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