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붓다, 예술가의 일상에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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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붓다, 예술가의 일상에 깃들다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11.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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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 리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_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_전 전시 전경

청명한 가을날,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展을 열고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다녀왔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미술관에서 두 거장의 붓다는 어떤 모습일지 만나보았다.

|    장욱진의 붓다 : ‘참 나’의 현현顯現

독특한 조형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로 잘 알려진 장욱진. 살아생전 그는 스스로 “나는 심플하다”고 자주 말할 정도로 복잡한 체면이나 점잖음과는 거리를 둔, 그야말로 단순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었다.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작은 화폭을 보노라면 가빴던 숨은 가라앉고, 걸음걸이는 숙연해진다.

장욱진이 불교와 연이 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6세 때 성홍열에 걸려 수덕사에서 6개월간 정양靜養하기도 했고, 부인 이순경 역시 독실한 불자였다. 후에 통도사 극락암에서 경봉 선사로부터 비공非空이라는 법명을 받기도 한 그는 1970년대 중후반 그의 나이 60 즈음에 집중적으로 불교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나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팔상도八相圖’ 역시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사찰의 팔상전이나 영산전에 모셔지는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화로, 주로 커다란 화면 8개 혹은 2개씩 묶어 4개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장욱진의 팔상도는 가로 24.5cm 세로 35cm 작은 화폭 단 한 면이다. 평소 “큰 그림은 싱겁다”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그림을 고집했던 장욱진다운 팔상도가 아닐 수 없다.

작품 ‘팔상도’ 화면의 왼쪽에는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無憂樹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는 싯다르타의 모습이 보인다.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바로 옆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고 있는 자그마한 아기부처의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 상단에는 사문에 나가 노인과 병자, 죽어 실려 나가는 시체 등 세상의 괴로움을 보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그 아래에는 바위산에서 홀로 수행하는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이 이어진다. 수행을 방해하는 마왕 파순과 겨루어 항복을 받아내는 모습인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은 오른손은 무릎 앞쪽으로 내리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배꼽 앞에 놓은 항마인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장욱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까치를 머리에 이고 있는 석가모니의 모습은 제자들에게 첫 설법을 행하는 녹야전법상鹿野轉法相처럼 보이고, 제일 아래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을 나타내기 위해 관에는 석가모니의 두 발을, 우측으로 꽃 공양을 올리는 마야부인과 천녀를 그려 넣었다. 작은 화면에 숨어 있는 팔상도의 상징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가 염불하는 모습을 보고 화실로 달려가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그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작품 ‘진진묘眞眞妙’도 있다. 이 작품은 최소한의 물감과 최소한의 선으로만 그린 듯 얇고 단순하다. 한 톨의 군더더기도 허락지 않은 작가의 냉정함 덕분에 우리는 염불하는 이의 따뜻함만을 본다. 

장욱진에게 소화된 불교는 참 ‘장욱진스럽다’. 철저한 단련으로 자신의 고유함을 발현하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부처를 보아도 자신의 고유함으로 소화해낸다. ‘참 나’에 가닿기 위해 그것 아닌 것들은 버리고 버려 가장 진리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해냈던 장욱진. 그에게 붓다는 그가 예술로서 이르고자 했던 경지이며, ‘참 나’의 현현이었다.

|    백남준의 붓다 : 나와 나의 고향에 대한 신화적 믿음

다른 공간에는 세계적인 예술가로 비디오아트를 창시하기도 했던 백남준의 ‘TV부처’가 전시되어 있다. ‘TV부처’는 부처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화면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명상하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설치작품으로, 백남준 비디오아트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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