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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붓다, 예술가의 일상에 깃들다‘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 리뷰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12.06 12:57
  • 호수 529
  • 댓글 0

청명한 가을날,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展을 열고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다녀왔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미술관에서 두 거장의 붓다는 어떤 모습일지 만나보았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_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_전 전시 전경

|    장욱진의 붓다 : ‘참 나’의 현현顯現

독특한 조형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로 잘 알려진 장욱진. 살아생전 그는 스스로 “나는 심플하다”고 자주 말할 정도로 복잡한 체면이나 점잖음과는 거리를 둔, 그야말로 단순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었다.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작은 화폭을 보노라면 가빴던 숨은 가라앉고, 걸음걸이는 숙연해진다.

장욱진이 불교와 연이 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6세 때 성홍열에 걸려 수덕사에서 6개월간 정양靜養하기도 했고, 부인 이순경 역시 독실한 불자였다. 후에 통도사 극락암에서 경봉 선사로부터 비공非空이라는 법명을 받기도 한 그는 1970년대 중후반 그의 나이 60 즈음에 집중적으로 불교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나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팔상도八相圖’ 역시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사찰의 팔상전이나 영산전에 모셔지는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화로, 주로 커다란 화면 8개 혹은 2개씩 묶어 4개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장욱진의 팔상도는 가로 24.5cm 세로 35cm 작은 화폭 단 한 면이다. 평소 “큰 그림은 싱겁다”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그림을 고집했던 장욱진다운 팔상도가 아닐 수 없다.

작품 ‘팔상도’ 화면의 왼쪽에는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無憂樹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는 싯다르타의 모습이 보인다.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바로 옆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고 있는 자그마한 아기부처의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 상단에는 사문에 나가 노인과 병자, 죽어 실려 나가는 시체 등 세상의 괴로움을 보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그 아래에는 바위산에서 홀로 수행하는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이 이어진다. 수행을 방해하는 마왕 파순과 겨루어 항복을 받아내는 모습인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은 오른손은 무릎 앞쪽으로 내리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배꼽 앞에 놓은 항마인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장욱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까치를 머리에 이고 있는 석가모니의 모습은 제자들에게 첫 설법을 행하는 녹야전법상鹿野轉法相처럼 보이고, 제일 아래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을 나타내기 위해 관에는 석가모니의 두 발을, 우측으로 꽃 공양을 올리는 마야부인과 천녀를 그려 넣었다. 작은 화면에 숨어 있는 팔상도의 상징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가 염불하는 모습을 보고 화실로 달려가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그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작품 ‘진진묘眞眞妙’도 있다. 이 작품은 최소한의 물감과 최소한의 선으로만 그린 듯 얇고 단순하다. 한 톨의 군더더기도 허락지 않은 작가의 냉정함 덕분에 우리는 염불하는 이의 따뜻함만을 본다. 

장욱진에게 소화된 불교는 참 ‘장욱진스럽다’. 철저한 단련으로 자신의 고유함을 발현하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부처를 보아도 자신의 고유함으로 소화해낸다. ‘참 나’에 가닿기 위해 그것 아닌 것들은 버리고 버려 가장 진리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해냈던 장욱진. 그에게 붓다는 그가 예술로서 이르고자 했던 경지이며, ‘참 나’의 현현이었다.

장욱진 _ 팔상도, 캔버스에 유채, 35×24.5cm, 1976

|    백남준의 붓다 : 나와 나의 고향에 대한 신화적 믿음

다른 공간에는 세계적인 예술가로 비디오아트를 창시하기도 했던 백남준의 ‘TV부처’가 전시되어 있다. ‘TV부처’는 부처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화면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명상하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설치작품으로, 백남준 비디오아트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탄생에 얽힌 재미난 사연이 하나 있다. 서울 최고의 부자였던 백남준의 집안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었다. 뉴욕생활 초기에 가난에 찌들어야 했던 그는 생활비를 구해 볼 심산으로 일본에 사는 형을 찾아가 돈을 얻어왔지만 그 돈으로 작품을 하겠다며 골동품 가게에서 불상을 사가지고 와 부인 구보타 시게코의 속을 태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개인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대의 TV를 구하는 데 실패한 그는 예정된 전시회를 미룰 수도, 공간을 텅 비워둘 수도 없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고민하던 그가 떠올린 것은 2년 전 사놓았던 불상.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관객으로 부처를 등장시킬 계획이었으나 불상을 이리저리 옮겨보는 과정에서 폐쇄회로를 이용해 마치 명상하듯 실시간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불상이 탄생했다. 동양, 종교, 명상의 상징으로서의 불상과 20세기 기술문명 혁신의 상징으로서의 텔레비전의 이질적 결합은 많은 예술담론을 생산해내며 뉴욕 예술계를 열광시켰고, 그가 세계적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을 얻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부처는 그의 동양적 정신의 상징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드로잉 앞에서 백남준이라는 한 사람에게 부처는 그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반신이 마비된 후 그렸다는 드로잉이다. 한쪽에만 손이 여럿 달린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모습은 마비된 반신의 감각이 되살아나기를 소망하는 그림 같기도, 자신의 신체적 상황을 반영하는 자화상 같기도 하다. 그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할 당시, 작품의 일환으로 불두를 걸고 싶었으나 차마 불상의 목을 자를 수가 없어 서양인 조수의 손을 빌었다는 일화가 머릿속을 스친다. 어쩌면 그에게 붓다는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신화적 믿음이자 자기 자신이 아닐까. ‘TV부처’를 만들기 2년 전 그가 전 재산을 털어 골동품 가게에서 사 왔던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장욱진, 사찰 (A Temple). 캔버스에 유채. 27.2×16.2cm, 1978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展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12월 2일까지 열린다. 당신의 붓다는 어떤가. 두 예술가의 일상에 스며들어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붓다. 당신의 마음자리에는 어떤 모습의 붓다가 머물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展

전시일시 : ~12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 휴관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 changucchin.ya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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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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