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제따와나 선원 개원한 일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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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제따와나 선원 개원한 일묵 스님
  • 유권준
  • 승인 2018.11.23 15:2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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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제와 팔정도, 중도의 법을 퍼뜨리는 교육과 수행의 도량 만들 것
사진 : 최배문

제따와나 선원이 개원했다. 개원을 앞두고 일묵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인터뷰 내내 사성제와 팔정도, 중도의 수행법을 강조했다. 제따와나 선원을 춘천에 개원한 이유도, 사찰의 건축양식도 모두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을 따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법을 밝히고, 바른 수행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불교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대안이고, 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명상붐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중요하다

일묵 스님은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선원 개원이 계속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납골당이 들어선다’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선원 개원을 막아왔다.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전통사찰의 모습이 아닌, 처음 보는 건축양식이 오해를 키웠다. 춘천시도 건축 심의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놨다. ‘사찰로 허가받은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춘천시를 설득하고 나니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심은 통했다. 춘천시도 스님의 설명을 듣고 중재에 나섰다. 계속된 소통과 대화는 문제를 풀어냈다. 주민들과의 분쟁은 모두 해결됐고, 선원은 지난 10월 14일 개원했다.

“제따와나 선원이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기원정사祇園精舍의 원래 이름입니다. 근본 가르침을 따르고 당시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죠. 우리의 지향점을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던 곳의 이름에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절을 수행하는 곳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벽돌만 남아 있던 기원정사 터를 떠올려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제따와나 선원은 부부건축가 노은주, 임형남(가온건축) 소장이 설계했다. 붉은 벽돌 40만 장을 사용해 지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밋밋한 벽돌을 피하고 파키스탄에서 일일이 손으로 만든 수제 벽돌을 사용했다. 선원의 외관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파격적이다. 일체의 장식이 배제됐다. 탱화도, 단청도 없다. 불상도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박물관에 있는 부처님을 형상화했다. 겉모습은 파격의 연속이지만, 가람배치는 전통적인 양식을 따랐다. 높이가 4m씩 높아지는 세 개의 단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일주문과 종무소, 공양간, 신도들의 숙소가 위치한다. 두 번째 단은 스님들의 거처가 있다. 세 번째 단에는 법당과 선방이 모셔졌다. 세속의 공간에서 일주문을 거쳐 재가자와 행정의 공간이 나타나고, 스님들의 공간과 법당과 선방이 차례로 위치한다. 법당에 오르는 길은 일부러 한번 꺾이도록 했다. 단조로움을 피하고 수행의 길이 간단치 않음을 상징한다. 

“우리 도량은 사성제 수행도량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주문도 좌우로 두 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사성제를 의미하죠. 한쪽은 괴로움의 진리, 한쪽은 행복의 진리입니다. 괴로움의 문으로 들어가 행복의 문으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괴로움은 고성제와 집성제, 행복은 멸성제와 도성제의 의미죠. 첫 번째 단의 건물 배치도 사각으로 이뤄져 중정을 감쌉니다. 그것도 사성제를 상징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법당에 이르는 길은 팔정도를 의미합니다. 수행을 통해 열반을 향해 간다는 상징이죠. 법당과 선방은 교학과 수행이 함께 가야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층인 법당에서 교학을 배우고 2층의 선방에서 배운 바를 실천한다는 의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방의 경우는 법당과 살짝 어긋나 허공으로 나온 필로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수행과 실천을 통해 출세간으로 나아간다는 개념으로 만들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단순해 보이는 건축양식에 확고한 철학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낯선 건축양식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를 물었다.  

“우리 절에 계신 분들은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절 밖에 계신 분들은 낯설어 하신 분들이 가끔 계셨는데, 취지를 설명해드리면 대부분 공감하셨어요.”

일묵 스님이 건축양식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은 기도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을 장엄하게 하고, 그 장엄함을 바탕으로 신심을 불러일으켜 기도에 집중하게 하는 그런 구조라고 볼 수 있죠. 우리는 수행하는 선방을 기본 개념으로 잡았습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수행자들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서 법당도 부처님만 모시고, 가급적 단순하게 구성했습니다. 미얀마나 태국 등 수행처들을 가보면 대부분 돌 위에 부처님 한 분만 모시고 단순하게 법당을 꾸밉니다. 치장하고 그런 것 말고 깔끔하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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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2019-08-04 10:16:41
아잔문 마하시 사야도 등 남방불교 선사들의 두타행과 제대로된 초기불교 가르침이 이땅에 정착되어 오후불식을 기본으로 모든 수행자들이 부처되시기 바랍니다

지혜 2019-07-17 15:04:02
부처님가르침데로잘 가르켜주시는 일묵스님
결국엔 부처님가르침인데 왜그렇게들 돌려서
뜬구름잡듯이 중생들을 방황하게 만들던지요..
일묵스님을 뵙고 법을듣게되는것도 선업을 짓고
큰인연이 있어야하지않을까 싶습니다

지나가던이 2019-05-16 10:42:22
사찰도 이쁘고 불상도 아름답네요. ㅎㅎ 스님 말씀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너무 니가 옳다 내가 옳다 하는 것보다도 서로 교류와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우리는 간화선의 위기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티베트와 초기불교 등 다양한 불교 문화가 들어오는 것이 기쁩니다. ㅎㅎ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_()_

송한옥 2019-01-03 23:45:38
지난1일 불교방송에서일묵스님 말듣고 선원이 춘천에 개원한것을 알았습니다 반가워서 네이버에서 찾아 보았어요 직접한번찾아봅게습니다

채영순 2018-12-24 17:41:30
가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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