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마애불] 거창 가섭암지마애삼존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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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마애불] 거창 가섭암지마애삼존입상
  • 이성도
  • 승인 2018.11.23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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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속 같은 석굴에서 아미타삼존상을 만나다
사진 : 최배문

거창은 소백산맥을 경계로 전북, 경북과 마주하는 경남의 최북단 서부지방이며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의 1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빼어난 산수풍광의 고장이다. 이곳은 경상우도의 문향文鄕으로 영남유학의 거점이 되는 주요 고을이다. 조선 중기 충절의 상징이라 할 동계桐溪 정온鄭蘊선생(1569-1641)의 고택이 있고, 거창을 대표할만한 수승대를 비롯한 농월정, 요수정, 관수루 등 여러 정자와 누대 등 풍성한 사대부 문화가 있다. 거창에는 유교문화 못지않은 불교문화도 산재하는데 여러 전통사찰과 함께 양평동석조여래입상, 상림리석조보살입상, 농산리석조여래입상, 심우사목조아미타여래좌상, 가섭암지마애삼존입상, 고견사동종 등의 보물들이 있다. 또한 군단위로는 최초로 건립된 공립 거창박물관이 있어 이 지역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애불이 있는 금원산金猿山은 거창의 서남쪽에 위치하는 1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다. 우거진 수목 사이로 거대한 흰 화강암 암반을 드러내면서 녹색의 수목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린다.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곳곳에 큰 바위가 있어 마애불의 순례 길은 깊으면서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거대한 매스mass를 가진 큰 바위들을 만나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풍광이다. 국내에서 단일바위로는 제일 크다는 문바위(門岩)에서 가섭암지까지 매스가 큰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그 옆으로 맑은 개울이 있다. 가섭암지는 매스와 볼륨이 큰 거대한 바위들이 서로 기대어 그 사이의 절묘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천연석굴이다. 석굴로 가는 가파른 계단은 점점 좁아지면서 두 허벅지 사이를 통과하는 듯한 묘한 진입동선을 만들고 있다. 큰 볼륨과 매스를 가진 바위 사이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것이 생명의 본향인 어머니 자궁을 파고드는 먼 여행 같은 미묘한 느낌이 있다. 내부는 천정이 경사진 삼각형이며, 석굴 내 서향의 수직 바위 면에 마애불상이 조성되어 있고, 열 평 남짓한 공간에는 한 낮이 되어야 햇빛이 든다.

마애삼존불은 깊은 산속 숨겨진 천연동굴에 삼존이 현현한 듯한 신비로운 모습이다. 바위 면을 따내어 중앙의 연화대위에 얕은 돋을새김을 하고 있는 삼존은 가운데 보주형 광배를 한 주존과 두광을 한 두 분의 협시보살상이 있다. 이 삼존은 도상의 크기 면에서 상대적인 차별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얕은 저부조로 판화를 보는 듯하다. 본존인 아미타불상의 수인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가슴 앞으로 올린 상품중생인을 취하고 있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하는 아미타 삼존으로 보인다. 

주존은 보주형 광배, 양 협시보살은 원형 광배를 하고 있다. 아래로 이어진 면은 삼존불 전체의 광배인 양 협시보살상과 대좌를 남겨놓고 여백을 파내었다. 마치 목판의 여백처리를 보는 듯하다. 또한 바위틈으로 비추어지는 광선으로 바위 면의 기복이 도드라져 미묘한 감성을 유발하는데 참으로 감각적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손으로 천천히 더듬어 가보면 조각의 면이 매우 거친데도 시각적으로는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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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 2018-12-15 11:04:48
아미타불상의 수인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가슴 앞으로 올린 상품중생인
이성도 교수님 저 수인이 상품 중생인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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