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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일 마다 않고 병원 환자 돕는 해성스님 '훈훈'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병원법당’ -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법당

자비와 연민의 봉사현장 ‘병원법당’

우리 불교계에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법당이 문을 연 것은 1973년 해인사 정빈 스님에 의해 창건된 국립마산결핵요양원내의 관해사觀海寺가 처음이다. 그후 1987년 서울대병원에 종합병원 최초의 구내 법당이 생긴 이래 여러 병원에 법당이 운영중에 있다. 병원은 생로병사의 고통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중생들의 현장이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자비와 연민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다. 불광은 대표적인 병원 법당 5곳을 찾아 환자 곁을 지키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01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법당  유윤정
02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법당  김우진
03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법당  유윤정
04    서울대학교병원 법당   유윤정
05    인제대학교 해운대 병원 법당  김우진

 

아픈 당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 –  생로병사의 순간마다 병원은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 삶과 죽음이 경계하는 현실의 위치는 병원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부병원이 위치한 곳은 지리적으로도 경계에 해당한다. 망우리 고개 인근에 있는 병원은 경기도와 서울시의 경계 가까이에 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푯말과 “어서 오십시오”라는 푯말이 한 길 위에서 스친다.

사진: 최배문

|    약보다 효과 좋은 따뜻한 손길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법당은 광림사 주지 해성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 법당은 지하 1층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잔잔하게 목탁소리가 들렸다. 해성 스님과 봉사자들이 법당과 바로 옆 강당에서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부병원은 2006년 북부노인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는 북부병원으로 명칭을 바꿔 쓰고 있다. 5개의 진료과와 200병상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해성 스님은 병원이 개원한 이듬해부터 법당 문을 열어 환자와 직원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함께하는 봉사자들과 종교 활동 이외에도 병원에서 필요한 자원봉사를 더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목욕 봉사도 했다. 잔업이 많은 병원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복을 관리해주는 등 봉사를 이어왔다.

병원에서 필요한 일들이 점점 몸에 익었고, 사람들과도 가까워졌다. 해성 스님은 병원의 환자 불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꼭 원래 다니던 절을 묻는다. 그리고 그 사찰에 전화하여 주지스님이나 인연이 있는 스님에게 환자의 입원 소식을 알렸다. 더불어 환자와 원찰 스님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며 불자 환자들의 신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병원에 오시는 불자님들이 자신이 아픈 것을 알리지 않으시려는 경향이 많아요. 하지만 원찰 스님께서 신도 병문안을 오시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 환자들이 많이 감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활치료도 열심히 합니다.” 

특히나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더 이상 원찰을 못 찾아갈 수도 있다. 그런 환자들을 다니던 원찰 스님과 연결해주면 표정이 달라진다고 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돕는 봉사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인연 맺어왔던 사람의 걱정과 위로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게 해성 스님의 생각이다.

병원에서 생활하며 마음이 약해진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손 한 번 잡고, 눈길 한 번 맞추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병원 법당 봉사자들은 그래서 더욱 살갑게 환자들을 대한다. 

사진: 최배문
사진: 최배문

 

|    “스님이 한 곡 뽑습니다”

법회 시간이 가까워지자 환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스님과 봉사자들이 강당 입구에 서서 환자들을 맞이했다. 북부병원 법당의 법회는 매주 화요일 저녁 6시 반에 시작한다. 저녁 시간 법회라 환자들 대부분이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법회에 참석했다. 

강당에 들어온 환자들이 대부분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며 병원 소개에 있던 ‘노인을 위한 전문병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 봉사자가 주름진 손으로 환자의 휠체어를 끌고 강당에 들어섰다. 하얗게 바랜 그의 머리칼이 휠체어에 앉은 환자와 닮았다. 그는 법회 중간 수시로 환자를 살폈다. 행여 휠체어에 앉은 환자가 불편해할까 말은 걸지 않았지만, 눈은 쉼 없이 환자를 향했다. 봉사자 백수자(67) 씨다.

“환자들이 우리 부모님 같아요. 이곳 병원에는 특히나 죽음을 앞둔 분들이 많으신데, 그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연민의 감정이 일어납니다. 또 그분들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이 순간 겹쳐 보일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 성심을 다해 봉사합니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 씨가 봉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 함께 북부병원에서 봉사하는 이들도 그와 비슷하다. 법회에 참석한 열 명의 봉사자들이 한마음으로 환자를 위해 기도했다.

법회가 끝나갈 무렵 해성 스님은 환자들의 연령에 맞춰 아리랑과 도라지 노래를 불렀다. 불교식으로 개사하여 부르는 노랫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환자와 봉사자 모두 흥이 올라 얼굴이 환해졌다. 몇몇은 프로젝터에 띄운 가사를 보며 따라 불렀다.

“병원에서 가장 신앙이 필요한 분들은 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음악법회를 열었습니다. 환자들이나 보호자 분들도 스님이 노래 부르는 것을 처음 보시는지 즐거워하시더라고요.”
해성 스님은 환자들을 자신의 식구라고 생각한다. ‘돕는다’는 의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땅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면 진심으로 한 번 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해성 스님과 함께하는 봉사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환자가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어떤 점이 불편할지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것처럼 살피며 봉사를 이어왔다.

사진: 최배문
사진: 최배문

 

|    연민, 존중, 귀의

법회 중간 한 환자에게 계속 눈이 갔다. 한 눈에 보기에도 몸이 불편해 보였다. 기관지에 호스를 연결하고 있는 그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움직이는 것은 가슴앞에 모은 그의 왼손이었다. 가늘게 움직이는 그 손에서는 하얀 염주가 그의 숨과 함께 한 알씩 굴러갔다.

그 환자가 눈에 띈 다른 이유는 자리를 함께한 보호자 때문이다. 유일하게 보호자와 함께 했다. 딸인 듯 보이는 보호자는 정성스레 기도를 올렸다. 환자의 입에 귀 기울여 합장과 반배를 돕고는 자신도 부처님을 향해 예를 올렸다. 
해성 스님은 병원 법당에서 환자들을 살피다 보면 환자인 부모와 자식 간에 종교가 달라 힘들어 하는 사연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속이 상해있다. 환자들이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스님은 꼭 환자의 아들, 딸을 만난다고 했다.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시간이 많이 없어요. 불교를 믿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머니가 편안해 하시는 곳에서 어머니가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신지 함께 지켜봐주세요.”
삶의 의지처인 종교를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여 환자가 편안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하는 것이다.

법회가 끝나갈 무렵, 해성 스님은 법회 참가자들에게 “나를 사랑하자”고 말했다. 자신의 삶이 조금 더 값질 수 있도록 아픈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남을 사랑하고 남을 돕는 마음도 나를 사랑한 후에 나온다는 스님의 말에 환자와 봉사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법회는 그리 길지 않았다. 40여 분 사이에 예불과 노래 모두 끝이 났다. 혹여 환자들의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해성 스님은 빠르게 법회를 진행했다. 봉사자들은 환자의 휠체어를 끌며 함께 병실로 향했다. 스님은 허리를 굽혀 휠체어에 타고 있는 환자들의 손을 붙잡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안녕을 바랐다.                         

김우진  kimwj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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