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벽화이야기]대흥사 천불전 송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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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벽화이야기]대흥사 천불전 송학도
  • 강호진
  • 승인 2018.10.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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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른이 된다
사진 : 최배문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쉽지 않네요. 외부인이 취재하는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예요. 다른 사찰을 찾아야 할 듯싶습니다.”

담당기자는 전화로 벽화취재를 위한 섭외가 실패했음을 알려왔다. 언제부터 한국불교는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교계 매체를 외부인으로 취급할 만큼 삭막해져 버린 것일까. 

“그래도 대흥사에선 허락이 났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이름난 대찰들이 줄줄이 퇴짜를 놓은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었다. 해남 대흥사에 간 횟수를 세어보니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 될 터였다. 첫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대흥사 절 마당에 당도했건만 낯섦에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15년 세월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세상이 분초를 다투며 변해 가는데 절집만 옛 자취를 고수해야 할 법은 없겠지만 뭔가 억울하단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절집의 상전벽해를 처음 목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흥사의 변모가 유독 서운한 이유는 푸르던 시절의 비망록 몇 페이지가 뜯겨 나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적혀있었던 싱그러운 이름들이 두륜산 능선 주변을 맴돌다 희미해진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천불전으로 향했다.

벽화가 있는 천불전은 대흥사 전각 가운데 가장 은밀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가허루駕虛樓를 통과하면 자그마한 사각형 모양의 중정中庭이 나타나고 그 마당을 가로질러 서있는 건물이 천불전이다. 용화당龍華堂과 봉향각奉香閣 건물은 천불전을 좌우로 호위하며 외부와 차단하고 있어서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안온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천불전 주련을 보니 이곳이 천 명의 부처를 모신 전각임을 강조라도 하듯 ‘천千’이란 글자가 두 번이나 등장한다. 

 

“부처님이 도량에 앉으시매(世尊坐道場)  

청정하고 큰 광명이 쏟아지는데(淸淨大光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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