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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통신] 사문沙門 정신의 회복

●    출가수행자를 일컬어 흔히 사문沙門이라는 표현을 쓴다. 원효는 스스로를 일컬어 해동사문海東沙門이라 했다. 사문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의 슈라마나śraman.a 혹은 팔리어의 사마나Saman.a의 음역이다. 일반적으로는 출가수행자를 의미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그 맥락은 단순하지 않다. 슈라마나는 브라만 계급이 지배하던 인도 고대사회에서 기성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수행에 힘쓰던 일종의 아웃사이더 수행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브라만은 혈통을 중시했고, 가정을 가졌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상을 꿈꾸었던 슈라마나들은 세속적 생활 일체를 버렸고, 다양한 혈통을 가졌다. 슈라마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겠다는 다짐과 의지로 충만했던 이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후 송광사로 돌아온 위패에는 ‘비구 법정’ 네 글자말고는 아무런 표현이 없었다. 스님은 평소 자신을 수식하는 말로 ‘비구’라는 말 말고는 어떤 말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구라는 말은 ‘비크슈bhiks.u’ ‘비쿠bhikkhu’의 음역으로 걸사乞士라는 의미다. ‘걸사’라 함은 항상 밥을 빌어 깨끗하게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운허 스님은 걸사의 뜻을 위로는 ‘법法’을 빌어 지혜의 목숨을 잇고, 아래로는 ‘밥’을 빌어 몸을 기른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탁월한 표현이다.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달라이 라마도 자신을 표현하는 말로 ‘비구 땐진 갸초’라는 말 이외에는 별다른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    싯다르타 태자는 세속적 삶을 버리고 출가하여 스스로 사문이 되었다. 세상의 권력과 부를 함께 가진 크샤트리아 계급이었지만, 그는 이를 놓아버리고 아웃사이더가 됐다.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꿈꾼 세상은 새로운 시대정신이었다. 붓다의 출가는 그래서 위대했다. 기존의 질서와 사상을 싯다르타 태자는 수긍할 수 없었다. 붓다의 출가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태자가 깨달음에 이른 그 내용 역시 새로운 것이었다. 붓다의 깨달음에는 이전의 사상과는 다른 분명함이 있었다. 붓다의 깨달음에는 차별이 없었고, 영혼불멸의 ‘아트만’의 존재가 없었다. 기성의 베다철학이 가진 계급성과 기득권도 없었다.  
    
●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으려 했던 ‘사문 정신’과 세속의 삶을 버린 ‘비구 정신’은 불교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대중들이 목말라 하는 것은 신비한 깨달음의 체험이 아니다. 세상의 장삼이사들은 어딘가에서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영원한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이 땅의 ‘사문’과 ‘비구’들이 보여주는 희망을 그리워한다. 불교계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논란이 그치지 않는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란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불교가 가져온 두 가지 정신 즉 ‘사문 정신’과 ‘비구 정신’이다. 한국불교의 역사는 교단에 ‘사문 정신’과 ‘비구 정신’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인과법 앞에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유권준  reamo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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