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깨진 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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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깨진 종처럼
  • 성재헌
  • 승인 2018.10.0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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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비난받은 꾼다다나 비구에 대한 가르침 "깨진 종처럼 침묵하라"

더위가 한풀 꺾였다. 후끈한 바람만 내뿜는 선풍기와 고단함 밤을 지새웠는데, 오늘 아침 문득 풀벌레소리가 가득한다. 가을은 이렇게 거짓말처럼 찾아오나 보다. 대지의 열기가 저리 가라앉듯, 마음의 열기도 따라 식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불교집안의 소란에 답답함이 좀체 가시지를 않는다. 부처님이 이곳에 계신다면 어떻게 처신하셨을까? 책 속에서 비슷한 경우를 찾아보았다. 

『법구경』 주석서에 나오는 꾼다다나 비구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있었던 사건이다. 꾼다다나라는 이름을 가진 한 비구가 있었다. 그에게는 늘 그림자처럼 여인이 따라다녔다. 참 요상하게도 다른 사람 눈에는 다 그 여인이 보이는데, 그 비구 눈에는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여인이 졸졸 따라다니는 비구, 추문이 파다한 비구에게 존경심을 표할 사람은 없다. 꾼다다나가 걸식을 나서면 다들 고개를 돌리고, 피하고,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하였다. 그래도 개중에 꾼다다나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사람이 간간이 있긴 하였지만 그건 존경하는 마음에서라기보다는 연민의 마음에서 하는 행동들이었다. 또 개중에는 야릇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두 덩어리의 밥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는 스님 잡수시고, 하나는 여자 친구 주세요.” 

꾼다다나는 그들의 조롱, 비웃음, 손가락질, 수군거림, 비난을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스스로는 떳떳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 비구들까지 비난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비구들은 기원정사를 보시한 수닷타 장자에게 우르르 몰려가 하소연하였다.  

“장자여, 이 기원정사는 당신의 보시로 지어졌습니다. 당신이 이 정사의 주인이니, 저 행실 나쁜 비구를 사원에서 쫓아버리십시오. 저 한 사람 때문에 지금 모든 비구들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수닷타 장자가 되물었다.

“부처님께서 사원에 안 계십니까?”

“계십니다.” 

“그럼 부처님께 말씀드리십시오. 부처님이 승가의 주인이시지 않습니까?”

늘 자비로움으로 품어주는 부처님께서 자신들의 뜻대로 속 시원하게 쫓아내실 리 없다는 것을 비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승단의 가장 큰 후원자 중 한명인 위사카를 찾아갔다. 

“우바이여, 당신은 우리 교단의 가장 큰 후원자입니다. 당신이 소중히 받드는 삼보의 명예가 행실 나쁜 한 비구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을 쫓아내 주십시오.” 

위사카 역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부처님께 말씀드리십시오. 부처님이 승가의 주인이시지 않습니까?”

수닷타와 위사카에게 하소연해 보아도 소용이 없자, 비구들이 이번에는 빠세나디 왕에게 몰려갔다. 간음은 수행자의 규율뿐 아니라 국법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었다. 게다가 빠세나디 왕은 불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그라면 교단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그들의 기대는 적중하였다. 비구들의 하소연을 들은 빠세나디 왕이 발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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