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불교개론 ]불교 흥기 전야의 사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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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불교개론 ]불교 흥기 전야의 사상계
  • 장휘옥, 김사업
  • 승인 2018.10.01 1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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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교와 사문

“아뜨만(=나의 본질)은 생하지도 늙지도 멸하지도 죽지도 않고 평안하다.”

 (『브리하드 아란야까 우빠니샤드』 4.4.25)

“본인의 마음을 의지처로 하는 모든 욕망이 방기될 때, 죽어야 할 자, 그는 불사不死를 얻고 이 세상에서 브라흐만(=우주의 최고원리)에 도달한다.”(同 4.4.7)

 

|    다종다양한 종교 지도자와 사상가들

모든 괴로움에서 초탈하고자 한밤중 남몰래 왕궁을 빠져나와 출가의 길에 들어선 싯달타 태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에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참으로 다종다양한 종교 지도자와 사상가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범아일여梵我一如를 지향하는 명상가, 제사 지상주의자, 쾌락주의자, 유물론자, 도덕부정론자, 회의론자, 고행론자…. 이들 사상가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왕이나 도시인들의 초대에 응해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싯달타 태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길을 택했을까? 그가 어떤 길을 걸었으며 불교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알아보기 전에, 불교 흥기 전야의 사상계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 흥기 전야의 사상계는 복잡다단하기는 했지만 석가모니 당시를 기점으로 그것이 전통 사상인가 신흥 사상인가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장구한 전통을 이어 온 정통 바라문교 사상이고, 또 하나는 이에 반기를 들고 새롭게 등장한 사문들의 사상이다.

바라문교는 오늘날의 힌두교의 모태가 된 종교로 불교가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바라문교에 토착 신앙이 결합된 것이 힌두교다. 불교 흥기 이전에 최고의 계급인 바라문婆羅門을 중심으로 베다 성전에 근거하여 발달해 온 종교를, 그 이후의 힌두교와 구별하여 통상 바라문교라고 부른다. 바라문교의 전통은 불교 흥기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힌두교에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옛날 인도에서 사용되던 언어의 종류는 크게 산스끄리뜨와 쁘라끄리뜨라는 두 범주로 나뉜다. 산스끄리뜨는 세련된 문어文語인 반면, 쁘라끄리뜨는 속어이며 구어口語다. 인도에서 불교는 이 두 범주에 속하는 언어로 전승되어 왔다. 쁘라끄리뜨에 해당하는 언어에는 여럿 있는데, 불교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빨리어다.

‘사문沙門’에 해당하는 인도 원어는 산스끄리뜨로는 ‘쉬라마나śraman.a’이고 빨리어로는 ‘사마나saman.a’인데, ‘철저하게 정진하는 자’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이 당시 사문들을 ‘자유사상가’라 부른다. 당시 정통 바라문교의 주류는 가정을 가지고 혈통을 중시했지만, 사문들은 세속적 생활 일체를 버린 다양한 출신의 출가자였다. 불교 문헌은 이러한 사문들의 유파가 62종에 달했다고 하며, 자이나교에서는 363종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불교도 이러한 사문의 종교에 속했으므로, 불교의 전통에서 사문은 스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하게 된다. 먼저 정통 바라문교의 사상에 대해 살펴보자.

 

|    인도・아리아인의 이주와 베다 성전

싯달타 태자가 태어나기 약 1,000년 전인 기원전 1,500년경, 서양인 혈통의 ‘인도・아리아’인들이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 서북부의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더스강 유역의 펀잡 지방으로 이주해 왔다. 이에 앞서 이곳에는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인더스 문명’을 일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인도 남부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드라비다’인들의 조상으로 추정되며, 인도・아리아인들과는 달리 피부색이 검고 코가 낮았다. 

선주민先住民을 정복하여 펀잡 지방에 정착한 인도・아리아인들은 기원전 1,200년 무렵에 신神들에 대한 찬가를 집성한 『리그 베다(R.g-veda=리그 베다 삼히따)』를 편찬한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이며 최초의 베다 성전이기도 한 이 저작에서는 바라문・왕족・서민・노예로 이루어진 사성四姓계급의 근거와 우주 전개 원리의 맹아도 설해져 있다.

이후 기원전 500년경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 방대한 베다 성전이 편찬되는데, 베다 성전에 언급되는 내용이 바로 바라문교의 사상이다.

기원전 500년 무렵부터 기원후 120년에 이르는 기간은 바라문교에 대항한 신흥 사문들이 크게 활약한 시대다. 특히 불교가 이 시대 종교・사상계의 주류를 형성했다. 바라문교는 이 시기에 인더스 문명을 꽃피운 선주민의 토착 신앙을 받아들여 힌두교로 변모해 간다. 힌두교 신자들은 현재도 바라문교의 베다 성전을 인간의 저작이 아니라 하늘에서 계시해 준 것으로 절대시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과 앞으로 언급할 내용을 합쳐서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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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담 2019-08-09 03:30:22
귀한 지식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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