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정의례] 사경(寫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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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가정의례] 사경(寫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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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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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가정의례

무 더웠던 여름도 지나갔다. 수마가 할퀴고 간 들녘에도 굳굳한 생명의 결실들이 자신의 무게만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은 자연 우리에게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제 다시 책상을 정리하고 불경이라도 읽으며 비어있는 가슴을 채우고 싶다.

불교를 신앙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실천하며 그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사경(寫經)은 이런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행방법이다. 사경은 법보인 경전의 말씀을 정성을 들여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사경의 '사(寫)'란 옮긴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뜻과 가르침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득 채우는 성스러운 행위이다. 이 '옮겨 베낌'을 통해 경전의 뜻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원력과 신심을 사경 속에 담아 신앙의 힘으로 키워나갈 수도 있다.

초기의 사경은 불교를 널리 보급시키는 유일한 수단으로 강조되었으나 통일신라 경덕왕 때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목판본이 개판된 이후 사경의 실용적인 면은 줄어들게 되고 반면에 '사경 공덕'이라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사경으로는 호남미술관 소장인 경덕왕 14년(755) 황룡사 연기 법사가 서사한 {대방광불화엄경} (국보 제196호)이 가장 오래된 사경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의 사경은 원나라로 역수출할 정도의 높은 수준을 자랑하였으며, 그 최고의 결정은 고려대장경이다. 사경은 고려 충렬왕 이후 가장 발전하여 장식경으로 칭할 정도로 화려해져 최고급 종이인 감지(紺紙:닥나무의 종이에 쪽물을 들인 것 등에 금과 은으로 필사한 금 . 은니사경(金銀泥寫經)이 성행하였다.

금과 은으로 사경한다는 것은 불법이 금은보다 더 보배로운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신앙의 표현인 것이다.

경전에는 이러한 사경의 공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도행반야경} 탑품 제 3에는 "반야경을 베껴쓰는 공덕이 탑을 세워 공양하는 공덕보다 더 크다." 고 설하고 있으며, {금강경} 제15 지경공덕분에는 '한량없는 세월동안 보시한 공덕보다 이 경을 베껴 쓰고 독송하며 다른 이를 위해 해설한 공덕이 더욱 크다.'고 했다.

{법화경}에서도 제4 법사품과 제19 법사공덕품 등에 사경의 공덕을 일컬어 큰 서원을 이룰 수 있는 빠른 길이며 나아가 성불까지 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사경은 불자들의 신앙대상인 삼보중 법보에 해당하는 불경을 서사하는 수행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성(誠)과 믿음(信)이 중요하다.

또한 마음 속의 발원을 이루어 달라는 마음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것을 확신하며 감사하는 기쁨(悅)의 마음으로 정성껏 써야 하겠다.

사경에는 한 자 쓰고 세 번 절해 이루어진 일자삼례경(一字三禮經)과 한 줄 쓰고 세 번 절해 이루어진 일행삼례경(一行三禮經)이 있다.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사경의 의식작법은 전해지지 않으나 신라시대 사경에는 의식과 작법이 엄격하게 지켜졌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의 사경의식과 함께 반야심경 한 편이라도 베껴 씀으로써 공덕과 수행을 쌓아가는 풍성한 가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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