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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벽화이야기]선암사 원통전 가루라·긴나라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
사진 : 최배문

잉게보르크 바흐만(1926~1973)의 시 「놀이는 끝났다(Das Spiel ist aus.)」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등장한다. “대추야자 씨에서 싹이 움트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것들은 저마다 날개를 지녔네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란 말이 한국에서 회자한 것은 바흐만의 시구에서 빌려온 이문열의 동명同名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진 덕분이다. 바흐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또 다른 국내문학을 뽑으라면 90년대 중반을 달구었던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들 수 있겠다. 시대와 실존적 고통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바흐만과의 연관성이 이문열의 소설보다 깊은데, 시집 제목에 바흐만의 소설 「삼십 세」와 「놀이는 끝났다」를 교묘히 배치해 놓은 것만 보아도 그렇다.

바흐만의 시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바흐만은 그리스 신화 중 ‘이카로스의 추락’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지중해에 떨어져 죽은 이카로스 말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는 서구문화의 독자적 원형일까? 고대 그리스 문화가 이집트를 위시한 오리엔트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버렸다. 문화와 텍스트는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용하고 모방하며 직물처럼 짜여나간다. 20세기 서구에서 ‘저자의 죽음’이나 ‘상호텍스트성’ 같은 말로 한동안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말이 불교에선 그리 새롭지 않은데, 신라 의상이 『화엄일승법계도』의 마지막 부분에 ‘연으로 생겨난 모든 것은 주인이 없다(緣生諸法無有主者故)’라고 쓰면서 저자를 밝히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호진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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