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강의실 357호] 석가모니가 답하지 않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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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의실 357호] 석가모니가 답하지 않은 질문
  • 홍창성
  • 승인 2018.08.2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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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답하지 않은 14개의 질문,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횟수를 더해 가면서 내 강의는 자연스럽게 불교철학의 첨예한 논증들을 점점 더 많이 선보이게 된다. 그런데 불교가 제시하는 멋진 철학적 논리들에 감탄한 학생들은 가끔 뜬금없이 묻기도 한다.

“불교는 어렵고 중요한 질문들에 잘 답변하고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나 이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겠지요?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아, 이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란 고얀 녀석들이 엉터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자인 내게 불교의 한계와 약점을 내보이라고 요구한다. 물론 이런 질문이 무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괘씸하다. 그리고 질문은 주제의 범위가 좁은 특정 문제에 한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교 교리의 약점 일반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추상적인 요구는 세련된 질문이 아니다. 그러나 여러 해 전 부교수 시절에 대학으로부터 강의 계속 잘하라고 무슨 상까지 받은 터라 어쩔 수 없이 친절한 척하며 석가모니의 십사무기十四無記 이야기를 소개해 준다. 

십사무기十四無記. 형이상학 전공인 내게 석가모니가 ‘쓸모없다(?)’며 고의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14개의 소위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솔직히 좀 불편하다. 불교계가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형이상학을 폄훼한다면 옳지 않겠기 때문에, 나는 이 형이상학적 질문들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질문이 모두 14개라지만 사실은 네 개의 형이상학적 주제를 14개의 질문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첫 여덟 질문이 다루는 두 개의 주제는 실은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1724~1804)가 그의 『순수이성비판』의 ‘선험적 변증론’에서 다룬 독단적(dogmatic 그래서 쓸모없는) 형이상학의 첫 번째 주제인 우주의 시간적 공간적 유한성 및 무한성(時空의 有無限性)의 문제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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