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찾아 히로시마를 찾은 길이었다. 그 여정 중에 독특한 사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을 내 찾아간 신쇼지(神勝寺). 별 다른 정보가 없었기에 큰 기대 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거대한 파도를 만났다.
| 정갈함이 돋보이는 ‘히로시마의 신쇼지’
일본인에게 ‘신쇼지’라는 세 글자는 꽤 익숙하다. 그 이름을 들으면 십중팔구 치바현 나리타의 절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이름이다. 치바현의 신쇼지는 940년 창건한 간토 지역의 대표 사찰이자 새해가 밝아오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몰려간다는 절이다. 우리가 가는 곳은 치바가 아니라 히로시마의 신쇼지다.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찰이다.
“도착했습니다.”
산 중턱 어디쯤인 듯했다. 고요한 숲속 도로에 서서 좌우를 둘러보니 한쪽에 길쭉하고 묘한 모습의 건축물이 언덕 위에 서 있고, 이쪽 한편에는 사찰의 입구가 있었다. 총문總門이라 부르는 입구가 무게를 한껏 잡는다. 산문 안쪽의 세계를 엿본다. 잘 정돈해 놓은 정갈함. 예의 일본 사원이 보여주는 매력은 여기서도 예외가 없다.
신쇼지가 창건된 건 1965년의 일이다. 역사라고 해봐야 불과 50년 남짓. 그리 오래된 사찰은 아니지만, 햇살을 벗 삼아 경내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살펴보면 전각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제법 연륜이 묻어나는 외양을 갖췄다. 절의 역사와 전각이 주는 느낌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오는 기이함. 신쇼지의 첫인상은 그랬다. 여기에는 창건 당시의 사연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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