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신도림역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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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신도림역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
  • 김우진
  • 승인 2018.06.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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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으로 배고픔과 외로움 나눈다

“점심을 준비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는 말로 주방은 분주했다. 100인분 식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도림역 2번 출구 옆에 위치한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에서는 밥 짓는 소리와 함께 포교사단 서부지역 봉사팀이 일사불란 움직였다. 배식준비 완료. 줄 맞춰 사람들이 들어온다.

사진 : 최배문

|    봉사, 불교전법의 키워드
신도림역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는 사랑의 복지회(회장 김인섭)에서 20여 년 운영했던 곳으로, 현재는 포교사 서울지역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위탁받아 9월에 개소식을 열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한다. 자식이 있어도 혼자 식사하는 노인들이 많은 요즘, 외로운 식탁을 피해 정다운 한 끼를 그리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작년 여름 위탁운영 초기에는 식사하러 오는 이가 20명 이하인 날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포교사들의 노력으로 하루 평균 10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이곳 신도림역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를 찾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무료급식을 해오던 공간이라 위탁을 받을 때 수리가 필요했습니다. 정말 더웠던 작년 여름을 이곳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보냈어요. 공사비를 줄이고 그 금액을 전법활동에 힘쓰자는 생각에 동료 포교사들과 함께 보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더위 먹고 쓰러질 정도로 땀 흘려 완성한 공간이다 보니 봉사 활동에 더욱 열심인 것 같습니다.(웃음)”

김상복 포교사(74, 총괄본부장)는 위탁운영 시작부터 많은 부분을 담당해왔다. 개소식을 준비하던 지난 여름 급식소 보수 과정에서 몇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도 직접 공간을 조성했다. 동료 포교사들과 함께한 봉사자들 모두 그처럼 많은 애정을 가지고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 개소와 운영에 애썼다. 봉사자들은 불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고, 식사를 하러 오는 이들을 살갑게 맞이하며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었다. 

포교사들의 원력으로 새롭게 완성된 공간. 매주 세 번, 월·수·토요일에 운영하는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는 매달 순서를 정하여 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포교사단 서울지역단의 동서남북 4개 팀과 ‘조계사 포교사단’, ‘무소유 실천’, ‘서울교통공사 법우회’, ‘불이회’, ‘구로경찰서 법우회’, ‘반갑다 연우야’, ‘나누고 베풀고 봉사하는 팀’, ‘견우회’ 등 12개 단체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마음을 모았다. 

“봉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료급식소 봉사가 잘 되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오세요. 단체에서도 봉사를 할 수 없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이한 게 젊은 청년들이 종종 이런 봉사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불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그런 점들을 보며 봉사라는 것이 앞으로 미래세대 포교와 불교 전법의 키워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불교를 대표하는 보시행의 장
불교계에서 하는 활동이지만 불교를 전면에 드러내고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 모금활동이나 포교사들의 지역사회활동도 종교색이 흐릿하다. 그렇게 활동하는 데 물음이 들었다. ‘왜 다른 종교들은 전도라는 미명하에 공공장소에서 만연하게 홍보하는 데 불교는 그러지 않을까’ 보살행과 함께 불교 전법에 나섰다. 주체적으로 활동하니 봉사자들도 더욱 당당했다. 

“저희가 봉사를 하면서 포교사라고 쓰여 있는 조끼도 입고, 어르신들이 식사하시는 내부 공간에도 공양게와 부처님 말씀을 써놓았습니다. 또 위층에는 작은 법당을 마련해두어 누구나 자유롭게 부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계경 포교사(58, 홍보팀장)는 무료급식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불교를 드러내니까 이곳에 식사하러 오는 이들도 불교에 대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식사를 하면서 불경을 틀어달라고 하시는 이들도 있다. 불교를 잘 모르지만 경전 염불하는 것을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난다는 이들이 많다. 이 포교사는 “포교사들의 활동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때문에 오히려 봉사 받는 느낌이 든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올 수 있도록 활동영역을 넓힐 예정”이라고 했다.

“2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이곳에 와서 밥을 먹습니다. 포교사님들도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셔요. 특별히 종교가 있지 않았는데, 불교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포교사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중에 『금강경』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추천받아 읽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라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내용이 좋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곳에 와서 불교에 대해서도 알고, 또 제가 집에 혼자 사는 데 사람들 만나 이야기할 수 있기도 해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영등포에 사는 김춘모(81) 씨는 이곳에 오면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다.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심심하게 건네는 안부가, 만나게 된 인연들이 모두 정답다. 김 씨는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식사를 하기 전에 포교사들에게 꼭 하나씩 묻는다고 했다.

“집에서 혼자 먹는 것보다 이곳에서 먹는 밥이 맛있는 것 같습니다. 또 마음이 편안해요. 이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고 상냥해서 인사를 나누면 웃음이 나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봉사한다고 고생이 많아요. 식사 잘 먹었습니다.”

신림동에 사는 김순자(80) 씨도 매번 이곳을 찾는다. 김 씨는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를 알리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활동은 정말 보기 좋다”고 말을 이었다. 

포교사들의 진심이 느껴지는지 이곳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산다는 허미숙 포교사(57)는 자신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봉사하는 모든 이들이 불교를 알리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행하려 봉사를 이어간다고 말한다.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봉사예요.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이 드실 음식을 만들고, 또 드신 식기를 씻는 과정에서 제 마음이 편안해져요.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하시는 말씀이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하고요. 평일에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 이곳에 와서 봉사하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풉니다.”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함께 봉사하며 운영하는 이들 모두 보살행과 자비행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간이 천막과 테이블 등을 활용하여 식사할 공간을 더 확보하고, 공연이나 강의 등 문화행사까지 계획 중이다.

봉사자들 각자가 자신의 시간과 사비를 들여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불교를 대표하는 보시행의 장’이라는 목표로 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들. 오늘도 이들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양 올린다.    

사진 :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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