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나를 흔들다] 나를 향한 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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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나를 흔들다] 나를 향한 천 배
  • 김은희
  • 승인 2018.06.28 15: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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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박혜상

요즘 말로 나는 돌아온 싱글, ‘돌싱’이다. 그래도 아이 둘을 키우며 떳떳하게 살고 있다. 작으나마 전셋집도 있고 직장도 있다. 큰아이는 대학교 졸업반, 작은아이는 휴학하고 힙합 음악에 빠져 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 삶은 안정적이다.

돌이켜 보건대, 내 혼란한 삶은 결혼 직후 시작되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스물세 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보니 시댁 식구들 모두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시아버지, 밖으로만 도는 시어머니, 장남이라는 벼슬 아닌 벼슬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사는 남편, 성장이 멈춘 듯한 시동생들….

그나마 기둥 역할을 하시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남편의 방탕한 생활은 더욱 심해졌다. 술, 담배, 바람, 도박 등 그야말로 온갖 짓을 다 했다. 그래도 헤어지지 못한 것은 아이들과 위자료 한 푼 받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었다. 집이 있었지만 상속받은 것이라 분할이 되지 않았다.

그런 내 사정을 알고 한 지인이 삼천사에 데리고 갔다. 성운 스님께 인사도 시켜 주었다. 스님께서는 나를 보시자마자 대뜸 백일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그것도 하루에 천 배씩. 

108배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천 배라니! 그러나 스님의 형형하신 눈빛에 나도 모르게 “예” 하고 말았다. 그렇게 백일 간의 고달픈 여정은 시작됐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부처님들의 명호를 부르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지심귀명례 화광불, 지심귀명례 인중존불, 지심귀명례 사자보불 ….”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다 나왔다. 간절한 마음은커녕 절을 하는 내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래도 중단하지 않은 것은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였다. 어둡고 긴 터널, 언제부터인가 그 속에 갇혀 있는 듯했는데 기도를 중단하면 결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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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종 2019-05-04 20:07:26
300일 천배기도 동참합니다.

허강석 2018-07-11 18:07:00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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