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부처, 마애불]경주 남산 탑곡마애조상군
상태바
[길 위의 부처, 마애불]경주 남산 탑곡마애조상군
  • 이성도
  • 승인 2018.05.30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라인들의 불국토 염원을 새긴 신비의 마애조각을 만나다
사진 : 최배문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일까? 우리들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제각기 있겠지만, 경주는 태생의 고장을 넘어 공통적으로 마음의 고향, 문화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고대문화나 문화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신라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경주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경주 또한 남산을 제외하고는 경주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경주 남산은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남쪽에 우뚝 솟아 있다. 높이 468m의 금오산과 494m인 고위산을 합쳐 남산이라 부르는데, 이 두 산의 여러 산줄기가 이어지는 곳에는 40여 계곡이 있다. 기암괴석의 바위산과 소나무 숲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산에는 신라의 여러 왕릉도 있지만, 수많은 사지寺地와 불상과 탑들이 있어 과거 천년 신라 불교문화의 보고로서 불국토佛國土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남산은 수많은 불교유적이 산재하는 야외박물관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 신라인들은 산악을 신성시하면서 불교 이상세계인 불국토에 대한 염원을 남산의 바위에 재현해 놓았다. 남산의 바위 중 탑곡마애조상군에서 바로 그러한 역사적·신앙적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마애조상군에 새겨진 다양한 도상 이미지들은 하나의 교리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불교미술의 세계를 보여 준다. 남산을 비롯한 신라의 마애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마애불 중에 이곳 마애조상군처럼 단일한 암벽이나 바위에 많은 불상이 군집되어 있는 예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곳 마애불에는 불교의 세계관과 많은 역사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경주남산탑곡마애조상군은 남산의 불곡과 미륵곡 사이 탑곡의 옥룡암 위쪽 부처바위(佛巖)에 새겨진 마애조각을 일컫는다. 높이 약 10m, 둘레 약 30m의 바위 사면四面에 빼곡하게 불교의 도상들을 새긴, 즉 부처의 세계인 법계法界를 표현하고 있는 사방불이다. 거대한 바위에 34가지의 다양한 도상이 새겨진 마애조상군은 오늘날의 불교학, 역사학 그리고 불교미술사의 지식으로도 명쾌하게 해석되어지지 않는다. 조형성이 뛰어난 불상조각은 아니지만 바위 전면에 이렇게 다양한 도상을 가진 경우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거대한 바위에 여백도 남기지 않은 밀집된 구성은 기존의 불화나 마애불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모습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마치 불경의 변상도變相圖같기도 한 여러 도상들은 하나의 불타의 세계를 표현한 불화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깃든 삽화처럼 보인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