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신호윤 展 <본질은 없다(There is no essence)>
상태바
[상상붓다]신호윤 展 <본질은 없다(There is no essence)>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8.05.30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이–불상으로 일심一心을 말하다
There is no essence-Pensive Bodhisattva | 43×37×95(h)cm | Paper, Urethane clear on paper | 2012

지난 3월 29일(목)부터 4월 1일(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최된 제6회 붓다아트페스티벌Buddha Art Festival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전시코너는 단연 현대미술특별전이었다. 매년 현대미술작가를 초청하여 불교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모색하고, 예술작품을 통해 종교를 넘어 하나의 철학으로 불교를 소개해온 현대미술특별전은 붓다아트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해온 상설 기획전이다. 현대미술특별전은 2015년 제3회 붓다아트페스티벌에서 김신일, 왕지원, 유승호 작가와 함께 <Dreaming Reality展>이라는 타이틀로 첫 선보인 이래, 2016년 백승호, 이완, 최두수 작가의 <모던붓다Modern Buddha展>, 2017년 서용선 작가의 <내가 나를 바라보니展>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종이–조각으로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신호윤 작가의 <본질은 없다(There is no essence)展>을 소개했다.

|    종이로 만든 조각, 인간성을 담다

신호윤 작가는 종이를 소재로 조각을 만든다. 조각 하면 흔히 떠오르는 돌, 나무, 브론즈 등 단단하고 무거운 소재가 아닌, 쉽게 찢어지고 가벼운 종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 작가는 왜 하필 종이를 가지고 조각을 할까?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신 작가는 브론즈나 철재를 이용해 큰 조형물을 만드는 것보다 지우개나 빨대, 가는 철사와 같은 작고 연약한 재료를 조합하여 단단한 구조물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별적 인간의 나약함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에 관심 있었던 작가에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종이의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는 물성은 인간의 나약함을, 그 따뜻한 촉감은 인간 본연의 심성을 떠오르게 하였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작가는 본격적으로 종이–조각을 발전시켜 한복, 종교의 성상, 외래종 식물을 형상화한 듯한 ‘수상한 꽃’ 시리즈, 자화상으로 보이는 ‘군도’ 시리즈 등을 발표하였고, 지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유식무경唯識無境, 지혜 있는 자의 인식

붓다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작가의 <본질은 없다(There is no essence)> 시리즈 중 불상형태를 띈 작품들이었다. 이 종이–불상들은 반가사유상, 관음보살상 등 불상의 형태를 종이 레이어의 결합으로 제작한 작품들이다. 돌이나 나무로 만든 불상은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안이 꽉 막힌 형태를 취하는 반면, 신호윤 작가의 종이–조각은 띄엄띄엄 형상의 외곽선만을 유지하여 내부가 텅 비어 있는, ‘열린 형태’를 취한다. 즉, 전시장에 있는 종이–불상은 불상을 떠오르게 하는 어떤 형태이지 온전한 불상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관람자는 그 형태를 보며 불상을 떠올린다. 관람자는 불상을 본 것이 아니라, 불상과 비슷한 형태를 보며 불상이라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부시맨>에서 콜라병을 처음 본 부시맨이 콜라병을 악기로 사용한 것처럼, 불상을 본 적 없는 사람은 불상을 보고도 불상이라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것은 대부분 이름과 개념을 동반하여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이름과 개념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인식한다. 따라서 신호윤 작가의 종이–불상을 맞닥뜨린 관람자들이 이를 불상이라 인식함은 이것이 불상 혹은 불상의 모양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람자는 자신의 의식 속에 있던 불상의 이미지를 종이–불상을 보는 순간 소환하여 ‘아, 이것은 불상이구나’ 하는 것이다.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 하였다. ‘오직 식(識, vijñapti)뿐이고 경境은 없다’는 뜻의 유식무경은 식과 경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즉 주체와 대상이 따로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종이–불상은 지각과 인식의 간극을 일깨우며, 유식무경의 경지에서 세계를 바라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경험과 학습에 의한 인식을 넘어 진실을 탐구하고자 노력하는 지혜 있는 자가 되기를.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