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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영화감독 임순례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공과 무아의 삶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공空과 무아無我. 임순례(59) 감독이 말한 단어다. 불자로서 어떤 것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가. 어쩌면 의례적인 질문일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재가자를 인터뷰했지만, 불교를 전문으로 학습하지 않은 이들에게 ‘공과 무아’라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불교를 공부했던 이들은 알 것이다. 이 단어를 자신의 삶과 견주어 말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런 상황이면 인터뷰는 불교로 조금 더 들어가 볼 수 있다. 이번 인터뷰는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불보살님들의 가피”로 가능했다. 인터뷰 요청의 회신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인터뷰를 너무 많이 해서 인터뷰는 어느 선에서 끊었는데, 불광 인터뷰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네요. 불자라고 내세우기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불보살님들의 가피를 많이 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이라 인터뷰에 응해보려 합니다.” 이제 막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였기에 이 인터뷰는 ‘불보살님들의 가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 : 최배문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불자 임순례

그를 만난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다. 그는 이곳의 대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다. 그가 기르던 백구를 잃어버리면서 만나게 된 분이 “유명한 감독님이니 이곳의 명예이사를 맡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거절하였다가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깨달음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다”란 말씀을 듣고 2009년부터 대표직을 맡게 됐다. 3층 도서관 문을 열자 고양이 두 마리가 임순례 감독과 함께 반겼다. 이미 오래된 친구인 듯 고양이들이 임 감독의 몸에 머리를 비볐다. 손님이 온 것을 알고 있는 듯 가까이 와 한 번의 손길을 허락한 뒤 무심하게 저 멀리 떨어져 우리를 바라본다. 

- 고양이들 포스가 예사롭지 않습니다.(웃음)

“예, 얘들은 좀 달라요. 특별합니다. 독립심도 있고, 품위가 있습니다. 둘이도 친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잘 지냅니다.”    

- 불교와 인연은 언제였나요. 집안이 대대로 천주교 집안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집안이 천주교 4대째입니다. 당연히 집안에 수녀님, 신부님이 많으세요. 저도 유아영세를 받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자아가 싹트면서, 절대자에게 용서해달라는 것이 어린 마음에 뭔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또 신부님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 인정하기 힘들었어요. 기본적으로 가톨릭이 갖고 있던 체계에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뭔가 아직 잘 모르고, 반항심이 싹트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산에 가면 절이 있잖아요. 절에 가면 마음이 아주 편한데, 가톨릭 교도로 오랜 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절에 가면 법당에는 들어가지 않고, 당연히 절도 하지는 않았어요. 그때가 20대 초반인데, 나중에 언젠가는 저 법당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20대에 절에서 두 달 동안 살았는데, 스님들과 대화도 많이 했지만, 법당에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 그럼 불교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때는 언제인가요?

“97년에 해인사 인근 대학에서 1년 반 정도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산과 절을 좋아해서 해인사 사하촌에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가야산과 해인사를 들렀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법당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해 사월초파일에 주인집 할머니께서 해인사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 모시고 갔습니다. 그때 주차장에서 법당까지 만장을 들고 가는 행사가 있었는데, 주인집 할머니 따라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하면서 법당에 들어가 당시 종정이셨던 혜암 스님 법문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법당에 들어가서, 절하고, 법문도 듣고, 법당 안에서 조용히 앉아있기도 하고, 또 약수암에 100일 동안 108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교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불교를 (종교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어요.” 

 

|    티베트에서 만난 불교

임순례 감독은 달라이 라마 존자를 스승으로 삼고 있다. 스승이 계신 다람살라를 찾아가 멀리서 달라이 라마 존자의 법문을 들었을 때도,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도, 작년 일본에서 열린 달라이 라마 법회 때에도 그에 대한 존경심은 이어갔다. 인터뷰 장소인 카라 3층 도서관 벽에도 달라이 라마 존자의 말씀이 걸려있었다. “삶은 말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 감독님은 달라이 라마 존자님을 존경한다는 것을 밝히고, 티베트 불교를 자주 언급하십니다. 

“10여 년 전에 티베트에 후배가 살고 있어 다람살라로 갔습니다. 제가 한국의 스님들에게 받은 인상은 굉장히 권위적이었고, 가부장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또 신도들이 불살생이나 자비 등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채식하는 분들도 별로 없었고. 근데, 티베트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 어떤 점에서 그런 모습을 느꼈죠? 

“촌로 한 분도 자기 생활에서 불교의 교리를 완전히 습득해서 일상에서 실천하고 계셨어요. 아침에 사원에서 할머니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염주 하나 들고, ‘꼬라(Kora, 우리나라의 탑돌이와 비슷하다)’를 하는데, 그때 꼭 소에게 보시할 야채를 들고나옵니다. 또 거기는 유기견이 많습니다. 근데 개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람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죠. 사람과 동물이 차별 없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도로에 동물이 있으면 경적을 울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제가 제일 감동받은 것은 달라이 라마 법회 때입니다. 그 좁은 운동장에 사람들이 엉덩이 하나 붙일 때가 없습니다. 그런데 개들도 와요. 거리의 개들이 더럽잖아요. 근데 누구 하나, 자리가 좁으니, 너는 사람이 아니니 저리 가라고 하지 않아요. 또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대하는 것이 너무나 소탈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인사를 나눕니다.” 

- 한국불교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많이 보셨군요. 

“티베트 사람들은 꼬라를 하며 사원을 돌면 업장이 소멸된다고 믿습니다. 어떤 티베트 여인이 자기가 기르는 염소의 업장을 소멸해주기 위해, 염소가 스스로 돌 수 없으니, 염소가 좋아하는 먹이를 손에 들고 염소가 자연스럽게 꼬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언젠가 한 번은 아이들이 모여서 개미들이 사람들의 발에 밟히지 않도록 산으로 길을 안내해주고 있는 것을 봤어요. 저는 티베트 사람들의 불심의 크기에 놀랐고, 생활화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교의 핵심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줄 수밖에 없죠.” 

- 티베트에 3번을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갈 때마다 한두 달은 있었습니다. 카페 주인과 친해졌는데, 저에게 이렇게 오래 나와 있으면 너의 남편과 아이들은 밥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굉장히 셀피쉬selfish하다. 지금 얼마나 많은 착한 동물들이 인간의 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네가 아기를 낳지 않으면 동물들이 인간의 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웃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이 사람들이 이만큼 불교의 윤회사상이 생활화되어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한국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이야깁니다. 결혼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동물들 때문이라니. 놀랍군요. 

“저는 한국 스님들 법회에서 살생하지 말고, 동물에도 자비심을 가져달라는 법문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티베트 불교는 모든 축생들이 나의 가족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동물에 대한 자비와 배려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티베트 불교에서 감명받았던 것은 그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고 그게 몸에 배어있는 것이었습니다.”

 

|    공, 이생의 화두

- 감독님은 스스로 불제자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불교신자냐고 묻는다면 뭐가 불교신자의 기준인지는 모르겠어요. 부처님의 말씀이 이 세상의 어떤 교리와 철학보다 가장 지혜로운 말씀이라고 보고, 부족하지만, 그 말씀을 따르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저는 불교신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불제자로 일상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불교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데, 지금 일에 치이다 보니 생각만큼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있지는 못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려고 합니다. 제가 티베트에서 가져온 16본존불이 있는데, 매일 아침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불보살님의 영역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 세첸코리아 용수 스님께서 티베트 스님들을 초청하는 법문은 빠짐없이 참석해서 듣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달라이 라마 스님을 스승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다람살라에서 개인적으로도 친견했고, 작년에 일본 법회에도 개인적으로 참석했습니다.”

- 감독님께서는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어떤 것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가요?

“불교의 핵심적인 사상인데요. 제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지만, 이생을 살면서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공空입니다.”

- 공이요? 아, 의외입니다. 저는 감독님께서 카라 대표이시니, 자비나 불살생, 이런 것으로 생각했습니다.(웃음) 

“결국 공을 이해하면 불교를 다 이해하는 것인데요. 물론 저는 아직 다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만.”

- 감독님이 생각하는 공은 어떤 것이죠?

“그것은 지금 말로 표현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제 말을 듣고, 또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잖아요. 제가 공부가 좀 더 깊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럼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감독님께서 공을 이해한 만큼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들려주실 수 있는지요.

“결국 공은 무아無我와 연결됩니다. 나와 남이 차별이 없습니다. ‘나’라는 것을 고집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불교가 추구하는 세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 중심적이고, 나 중심적인 것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사실, 동물 운동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비’라고 하면 대상화하는 겁니다. 너는 내가 돌봐야 할 대상, 내가 뭔가를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라고 봅니다. 근데 ‘무아’라고 하면 너와 나는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는 대상이 아닙니다. 내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겁니다. 내가 고양이가 될 수 있고, 고양이가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고양이와 형상의 차이가 있을 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공과 무아 이런 것들이 제 머릿속에는 공부가 부족하지만, 실천하려고 합니다.”

- 무아는 결국 자비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불교의 핵심이 모두 다 이야기하듯이 지혜와 자비입니다. 자비만 너무 강조해도 어리석음이 있는 상태에서 자비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또 현실적으로 자비를 베풀지 않고 지혜를 강조하면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현대사회에서 본질을 깨닫는 지혜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혜와 자비가 불교도의 쌍 날개라면 우리 스스로 더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한국불교도 그 방향으로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나 중심이고, 너무 경쟁이 심하고,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불교가 이런 부분들을 깨우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 최배문
사진 : 최배문

 

|    나는 수많은 생의 원인이자 결과

- 불자들이 스스로 달라져야 할 부분인데, 아직 한국불교에는 이 부분이 소홀합니다. 

“저는 불교도라면 뭔가 좀 달랐으면 합니다. 아, 저 사람은 불자라서 더 지혜로워, 불자라서 더 자비로워, 불자라서 고기를 먹지 않아, 이런 말을 들어보고 싶은데, 별로 들어보지 못했어요.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욕심들이 다 환영幻影이고, 언제든지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요. 내 자식들은 다른 방식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런 분들도 별로 보지 못했어요. 지금 한국불교는 한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세첸코리아 용수 스님 외에 한국불교의 스님들과 교류하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미황사 금강 스님과는 가깝고요. 또 해외원조 NGO단체인 ‘세상과 함께’ 유연 스님도 연락을 자주 합니다. 유연 스님께서 미얀마의 가난한 아이들과 스님들이 운영하는 학교를 돕자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저도 스님과 미얀마를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주로 유연 스님과 문자를 많이 합니다. 주로 개 입양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웃음)”

- 영화 이야기도 아니고, 불교 이야기도 아니고, 개 이야기군요.(웃음)

“다람살라에 동물보호소가 있습니다. 이 보호소 소장이 스님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달라이 라마께서 인도로 망명했을 때 거의 10만 명에 가까운 유민들이 따라왔습니다. 그때 유민들의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닭이나 돼지를 많이 키워서 유민들의 영양을 보충하면 어떠한가, 의견을 드렸는데, 달라이 라마 존자께서 이렇게 말씀했답니다. ‘동물들을 좁은 곳에 가둬두면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다람살라에는 동물을 가둬서 집단 사육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유민들의 영양도 중요하지만, 동물의 고통 또한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 감독님은 지금 일상에서 평온한 상태인가요? 

“예. 천성이 평온한 편입니다.(웃음) 저는 사람들이 겪는 지금의 어려움과 고통에 수많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말, 행동, 판단 이런 인과에서 온 것일 수 있고요. 인과는 눈앞에 드러나지 않지만, 불교도라면 수많은 인연과 시간, 과거생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인과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아들이기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비교적 그런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 불자들이 일상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생 중에 하나를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돈을 벌고, 일희일비하기보다 수많은 생 중에 나는 현재 왜 이런 모습으로 이곳에, 이 가정에, 이런 직업을 하고 있는지…. 이번 생이 아니어도, 내가 꿈꾸는 것이 바르다면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음 생을 생각하고, 지금 겪는 이 고통도 이번 생의 결과일 수 있고, 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생의 원인에 의한 결과일 수 있고, 또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다음 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봅니다. 불교의 지혜라고 할 때는 저는 길게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생에 대해 좀 더 시야가 여유롭고,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내 앞에 ‘나’라는 에고ego가 걷어 들이는 감각적인 성취가 중요하다면 불교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    지금 최선을 다하고, 내일이라도 엎어버릴 수 있어야

- 불교도들이 늘 배우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티베트에서 겪은 일입니다. 여성인 A와 B는 남성인 C를 동시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A와 B는 친구 사이입니다. B는 A가 C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B가 A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 생도 있으니, 나는 다음 생에 (C를) 좋아하겠다.’ 모든 것이 인과관계가 있으니, 어떤 것은 이생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베이스에 두면 좀 더 생각할 여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 감독님은 살면서 그런 베이스를 두면서 생활하고 계신가요?

“그렇습니다. 티베트 스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기억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티베트에서는 만다라 공양을 엄청 정성 들여서 합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를 놓는 것도 최선을 다합니다. 결국 완성된 만다라를 일순간에 없애버립니다. 저는 생을 그렇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추구하는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지만, 내일이라도 그것을 엎어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티베트 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이가 모래성을 아주 예쁘게 쌓지만, 엄마는 알고 있어요. 그것인 가짜인 것을. 파도가 와서 모래성을 엎으면 아이가 크게 웁니다. 엄마는 모래성이 가짜인 것을 알고 있고, 아이가 모래성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이의 통곡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생의 집착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선택과 마음을 둘 곳이 훨씬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감독님을 인터뷰하면서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고, 계속 불교이야기만 했습니다. 영화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 많이 볼 수 있으니, 불교이야기를 많이 여쭤봤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웃음) 최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어떤 영화인가요? 불자들이 많이 봤으면 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자연의 위대함’이었어요. 거기서 엄마(문소리)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혜원이(김태리)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제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혜원이가 자기중심을 잡고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20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성동  bulkp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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