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강의실 357호] 윤회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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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의실 357호] 윤회의 시작과 끝
  • 홍창성
  • 승인 2018.05.04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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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도 윤회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예를 들어 업에 따라 지옥, 아귀, 수라, 축생, 인간, 천상계에 나고 죽는다는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한 생에서도 지옥같이, 아귀같이, 수라같이, 축생같이, 인간답게 또는 천상의 신들처럼 사는 데 따라 이런 육도의 삶을 산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 좀 더 세련된 사고思考를 하는 이들은 순간순간 끊임없이 생멸하는 우리의 무상無常한 삶에서 실은 한 생에서도 아니 하루에도 수만 번 나고 죽는 윤회를 거듭한다고 보기도 한다. 옛 선사禪師들이 무릎을 탁 칠 이야기다. 

미국 학생들은 윤회에 대한 유연한 해석에 대체로 시큰둥하다. 세련되지만 복잡한 해석은 단순 솔직한 사고방식을 선호하는 그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생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윤회를 현대인들이 믿기 어려워하니까 내놓는 구차한 변명이 아니냐는 미심쩍은 표정들을 짓는다. 그래서 학생들은 윤회와 관련되지만 좀 다른 질문으로 내게 또 도전한다.  

“깨달아 열반에 들어 해탈하지 못하면 생사生死를 반복할 겁니다. 시간은 미래로 무한히(infinitely) 뻗어 있으니까 영원히 나고 죽겠지요. 그렇다면 윤회는 과거 언제 무엇에 의해 시작되었습니까? 기독교의 신과 같은 창조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불교에서 이 우주와 윤회의 시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내 미국 학생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확신하는 터라 내가 이 질문에 답변 못하리라고 확신하며 득의양양해 하곤 한다. 지금껏 들은 이야기가 하나님 이야기밖에 없다 보니 그렇다. 그러면 나도 함께 웃어주며 기독교 창조론에 가벼운 견제구를 던져 준다.

서양인의 상식으로는 모든 것에는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 기독교 성경은 태초에–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쯤에–하나님이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든 것의 원인과 또 그 원인의 원인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끝내는 그 스스로는 아무것에 의해서도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모든 운동과 변화의 시원始原이 되는 부동의 원동자(不動의 原動者, the Unmoved Mover)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양인들은 우주를 창조한 신이나 우주의 시작점을 말하지 않고 우주가 미래뿐 아니라 과거로도 무시(無始, from the beginningless time) 이래로 영원히 존재해 왔다고 보는 불교의 우주관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서양인 자신들의 세계관을 철저히 비판해 보지 않아서 다른 세계관의 가능성을 못 보기 때문에 그렇다. 

서양인들처럼 신이 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가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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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허 2018-05-19 02:26:52
가슴 속 응어리가 모두 사라지고 미혹과 혼란이 쓸어내려가지는 깊은 지혜와 세련된 이성의 말씀들 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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