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가섭존자와 비구니 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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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가섭존자와 비구니 승가
  • 이미령
  • 승인 2018.05.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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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내 밧다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성자
염화시중拈花示衆, 석가모니가 연꽃을 들어 보이니 가섭 존자(우)만이 그 뜻을 알아차렸다. 봉은사 괘불도(서울시 유형문화재231호) ⓒ 봉은사

|   부처님은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미셨을까

잠시 부처님 반열반 때로 떠나보지요. 부처님께서 세상과의 인연을 다하고 훌쩍 떠나시자 교단은 잠시 마비 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림자처럼 부처님을 따라다니던 아난 존자는 크나큰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을 테고, 세속의 왕들이 장례식(다비식)을 치르겠다고 몰려들었을 테지요. 부처님께서 당신의 장례를 출가제자들이 아닌 재가자들에게 맡기셨으니 이런 모습은 당연할 것입니다. 재가자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이들이 많았을 테고 아직 성자가 되지 못한 제자들 중에도 이들처럼 깊은 슬픔에 잠긴 이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그걸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도 아주 많았을 것입니다. 

그때를 상상해 봅니다.

왕 중의 왕인 전륜성왕의 장례 수준에 맞춰서 다비식이 거행되고는 있지만 부처님 유체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겠다는 사람들, 굳이 부처님의 관을 만져보려고 손을 뻗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화장하려고 불을 붙이지만 불은 잘 붙지 않고…. 어쩐지 몹시 어수선합니다. 

그런 가운데 가섭 존자가 달려옵니다. 이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가섭 존자가 달려왔지만 그는 부처님을 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부처님 유체는 500겹의 솜과 천으로 감싸여서 쇠로 만든 곽과 관에 넣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섭 존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유체를 담아 올린 화장용 장작더미를 세 번 돌면서 제자의 예를 갖추었고, 마지막으로 관의 아랫부분을 열어 세존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렸습니다.

5백 겹이나 감싸여져 있는 부처님의 유체를 들춰냈을까요? 존경하는 스승의 마지막 모습이 흩어지는 것을 가섭 존자가 좋아할 리 없습니다. 그런 분이기에 아마 그는 5백 겹에 감싸여져 있는 부처님 두 발에 그저 공손히 머리를 대고 절을 했을 것입니다. 가섭 존자의 절이 끝나는 동시에 화장용 장작더미는 저절로 불타올랐고, 그렇게 해서 부처님의 다비는 마쳤습니다. 남쪽으로 전해진 『디가 니까야』, 그 속에 담긴 『대반열반경』이 그리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선불교 전통에서는 이것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제자의 간절한 마음이 통하였는지 부처님 두 발이 관 밖으로 나왔고 가섭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다는 것이지요. 이것으로 부처님의 가섭 존자를 향한 신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당신의 자리를 반 나눠 앉았다거나 연꽃을 들자 가섭 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거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어 가섭 존자로 하여금 친견케 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리하여 선불교에서는 이런 증거를 보더라도 부처님의 법(마음)은 가섭 존자가 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남쪽으로 전해진 『대반열반경』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두 발을 내밀었다는 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가섭 존자가 부처님 반열반 이후에 상당히 묵직한 일을 앞장서서 처리했다는 것은 기록에 전해집니다. 사리불과 목건련마저도 이미 반열반한 당시 교단에서 스승과 정법을 향한 가섭 존자의 간절한 마음은 승가의 버팀목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불無佛시대에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 좌장 노릇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무난합니다. 

물론 가섭 존자가 한 일은 부처님의 말씀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데 모으는 일(결집)이었으니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경전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라한을 소집한 일, 아난 존자를 그 자리에 포함시킨 일, 결집 날짜를 정한 일, 율과 경과 논의 순서로 부처님 가르침을 모은 일 등등 실무를 처리하는 데에 가섭 존자의 존재감은 참으로 크고도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불법의 후계자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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