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초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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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초심경영
  • 이언오
  • 승인 2018.04.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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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경영, 기업하는 첫 마음을 바르게 일으켜야

|    『초발심자경문』은 출가자의 초심을 굳혀주는 경책 

스님들은 출가 후에 입문서로 『초발심자경문』을 배운다. 계율을 지키고 도반과 잘 지내며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르라는 것이 주된 내용.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처럼 당연하고 평범한 이야기 위주이다. 출가가 극적이고 강렬한 사건이어서 자경문은 결심을 굳혀주는 경책으로 충분하다. 자경문은 문자로 된 통과의례, 출가하는 초심이 결국 핵심이다. 불립문자이며 마음이 근본이다. 

자경문만 숙지·실천해도 평생 중노릇 잘 한다고 한다. 출가 일념이 강한 까닭에 여기에 무언가를 덧붙이면 사족이다. 지침이 느슨해야 알아서 움직이며, 엄격하면 오히려 장애를 준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 초심보다 더 강하게 회심하기는 쉽지 않다. 앞뒤가 막혔으니 깨달아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경문은 스스로 경계하고 정진할 것을 강조할 뿐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출가 초심에서 비롯되었다. 부처님의 초심은 정진과 깨달음으로 이어졌고 열반 시점까지 한결같았다. 이후 수행자들의 발심, 재가자들의 신심이 모여들고 연결되고 퍼져나갔다. 예불문은 이를 서건동진西乾東震 급아해동及我海東으로 표현했다. 자경문은 수행·전법의 절정기인 고려 말에 만들어졌다. 강산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 교재로 계속 사용됐다. 유구한 전통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만큼 갇히고 고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경문은 출가자와 산중생활을 위한 한문 교재이다. 내용은 뛰어나지만 표현이 난해하고 현대사회와의 괴리가 크다. 한 예로 세속 사람을 멀리하고 번거로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자경문으로 인해 불교가 출가자 중심으로 고립·정체된 것은 아니다. 변화의 필요를 못 느꼈기에 이제껏 자경문을 유지했다고 해야겠다. 첫 입문서가 출가자의 생각·행동을 상당 부분 규정한다. 자경문을 고수하는 한, 불교의 변화와 대사회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경문은 출가자 입문교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억지로 출가를 권유하지 않고 학습 이후를 챙기지 않는다. 출가 이전, 깨달음 이후, 보살행, 승가 바깥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불법을 향한 초심은 출가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래지향적 그리고 승속일여 관점에서 초심을 일으키고 퍼뜨려야 한다. 초심의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자경문을 찬술해야 한다. 세속은 작심삼일에서 보듯이 쉽게 마음 내고 가볍게 포기한다. 초심을 일으키고 지키는 일에 관심이 없으며 또한 게으르다. 한때 인구에 회자되던 ‘처음처럼’은 소주 브랜드로만 기억된다. 처음부터 마음 고쳐먹고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약했었다. 세속인들의 초심을 불법 광명의 초점에 맞추어야 한다. 불법 광명의 초점을 통과하면 세속인들의 초심이 구체적이 되고 두루 미치고 에너지가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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