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강의실 357호] 윤회하는것 없지만 윤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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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의실 357호] 윤회하는것 없지만 윤회는 있다
  • 홍창성
  • 승인 2018.04.0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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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두가 기독교인인 내 미국 학생들은 참나 또는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불교의 ‘무아론無我論’을 이치를 따져가며 살펴본 후 결국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 그러나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할 수는 없다는 듯이 거의 언제나 다음의 질문으로 도전한다.

“불교는 윤회(輪廻, sam.sa-ra)를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윤회를 주제로 한 영화도 몇 개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윤회가 가능합니까? 영혼 대신 윤회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실은 미국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네팔 출신 불교도 학생들로부터도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교에 내재해 있는 것 같다. 이런 진지한 질문에 대해서 나는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먼저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곧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답변들이 튀어 나온다.

(1)“영원불변 불멸하는 영혼은 없더라도 어떤 혼령 또는 혼백(spirit)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이 윤회하는 것은 아닐까요? 디즈니 만화 영화 뮬란(Mulan, 木蘭)에 보니까 아시아에서는 조상의 혼백이 살아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2)“불교에서는 업(業, karma)을 말하지 않습니까. 영혼은 없다고 해도 업이 뭉친 덩어리 같은 것이 윤회하는 것이 아닐까요.”

(3)“어떤 책에서 보니까 윤회란 죽음이라는 사건에 의해 다른 생명체가 의식을 가지고 탄생하게 되는 인과因果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윤회하는 주체는 없어도 이렇게 ‘죽음–탄생–죽음–탄생’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의 연결된 고리들이 윤회가 아닐까요.”

토론 위주로 가르치다보면 학생들은 열심히 생각한 끝에 마침내 역사상 존재했던 그럴듯한 이론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거의 모두 재현해 내곤 한다. 참 기특하다. 

“윤회하는 것 없이 윤회가 어떻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답하기 전에 나는 먼저 윤회의 개념을 선명히 이해해 보자고 제안한다, 윤회가 무엇인가를 바로 알아야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도 알 수 있으니까.

윤회란 어떤 의식을 가진 것이 살다가 죽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 그가 계속 나고 죽고 또 나고 죽는 과정이 (깨달아서 해탈하지 않는 한) 무한히 지속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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