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궁금하면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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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궁금하면 물어라
  • 성재헌
  • 승인 2018.04.05 13: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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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나 무협 영화에서 무사가 칼을 쥔 채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죽어서도 놓지 못한 한 자루 칼은 그 전장에서의 승리가 그에게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대변해 준다. 그래서 관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칼을 놓지 않은 그 무사에게 슬픔과 아쉬움을 압도하는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 그게 전율일 것이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런 죽음은 드물다. “아, 죽으면 죽는 거지. 그까짓 것!” 하며 코웃음 치는 이들이 있다. 죽음의 공포 따윈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자못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드문 게 아니라 흔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죽음이 닥쳤을 때에도 그렇게 담담하고 유쾌하고 자신만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경험한 사람들, 위중한 병에 걸렸거나 큰 사고를 당했거나 임종을 지켜보았던 이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허둥대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지, 담담히 하던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 사람은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사실 대학의 교수 초빙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안경세공을 생업으로 삼았던 스피노자니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할 수 있지, 죽을 날짜를 내일로 받아놓고 오늘도 여전히 회사로 출근할 직장인, 여전히 괭이를 들고 밭으로 나갈 농부, 여전히 책가방을 들고 학교로 갈 학생, 여전히 설거지하고 청소를 할 주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퇴계退溪 선생이시니까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지경에 “저 매화나무에 물 좀 줘라”고 말할 수 있지, 감히 누가 흉내나 낼 수 있을까? 

그러니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하던 일 계속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정말 드문 사람이란 걸 알 수 있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놓지 못한 일이라면 그런 일은 자타에게 숭고한 일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럼, 부처님은 죽음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셨을까? 부처님께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실 무렵 있었던 사건과 정황들은 『장아함 유행경』, 『근본유부율』, 『대반열반경』 등에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대장장이 쭌다의 공양을 받고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며 쿠시나가라에 도착한 부처님께서 두 그루 살라나무 사이에 자리를 펴고 누우셨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사람들이 성자께 마지막 예배를 드리러 찾아왔다. 어둠이 찾아들고 등불이 켜지도록 행렬을 그치지 않았다. 부처님은 통증 속에서도 일일이 그들을 맞아 위로하고, 장수와 행복을 축원하고, 가르침을 베풀어 그들을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밤이 깊어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고 숲에 다시 정적이 찾아들었을 무렵, 한 나이 많은 수행자가 부처님을 찾아왔다. 

“오늘 밤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수밧다라고 합니다. 제가 그분께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뵙게 해 주십시오.”

아난이 만류하였다. 

“안 됩니다. 부처님께 지금 병으로 몹시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부처님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늙은 수행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예전부터 꼭 뵙고 싶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한 번만 뵙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세 번을 청하고, 아난 역시 세 번째 거절했을 때였다. 

등 뒤로 아난을 부르는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난아, 그분을 막지 말라. 그분을 가까이 오게 하라. 의심을 풀고 싶어 저러는 거지 날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내 얘기를 들으면 분명 의심이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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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동덕 2018-04-28 02:42:30
붓다의생애
가르참 지혜선정님
열반의생멸죄
부처의스승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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