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 9일간의 스리랑카 성지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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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견문록] 9일간의 스리랑카 성지순례기
  • 이미령
  • 승인 2018.04.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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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불사 도반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 살아 있는 부처님의 땅을 거닐다
사진제공:충북불교를사랑하는모임

 

30도를 넘는 날씨였다. 영하가 아니라 영상이다. 스리랑카 이곳저곳을 다닐 때 현지인 가이드 날린이 매일 아침마다 알려주는 기온이다. 그 수치를 들을 때마다 버스 안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금 한국은 영하 14~15도라는데…. 땀을 흘리며 스리랑카 순례를 마친 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한파가 좀 누그러졌단다. 다행이다. 무려 40도 온도 차를 하루 사이에 겪어내야 할 일이 두려웠는데 순례 마무리도 이렇게 순조롭다. 부처님과 도반들 덕분이다. 나를 포함해서 23명의 순례객은 2018년 1월 11일 밤 저 멀리 인도양으로 날아갔다. 세상 모든 일이 저 혼자 저절로 이뤄지지 않듯 우리의 9일간의 순례길도 인因과 연緣이 화합하여 이뤄졌다. 충청북도에서 활발하게 신앙생활과 봉사 활동, 그리고 친목을 가꿔오고 있는 ‘충북 불교를 사랑하는 모임(일명 충불사)’의 정기 순례여행이라는 인因과, 나의 은근한 권유가 연緣이 되어 빚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           불자라면 스리랑카로 떠나시길 바랍니다

내가 청주 관음사의 무디따 불교대학에 강의하러 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여러분은 불교 하면 ‘인도’를 떠올리시죠? 인도는 부처님이 나고 자라고 일생을 살다 가신 곳이지만, 지금 인도 땅에서 살아 있는 불교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오랜 불교 전통이 사람들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지금도 숨 쉬고 있는 땅은 스리랑카입니다. 그러니 불교국가 성지순례를 하려거든 스리랑카로 떠나시기 바랍니다.”

이런 나의 권유가 뜻깊은 성지순례를 계획하는 충불사 도반들의 마음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럼, 교수님 권유대로 스리랑카로 떠나보기로 하지요. 그런데 스리랑카 불교유적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제안하는 분은 이른바 ‘충불사 주지스님’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암 전철호 법사님. 그래서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가이드라고 해야 할지, 해설사라고 해야 할지…. 암튼 미묘한 자격으로 충불사 도반들의 스리랑카 성지순례에 함께 나서게 됐다.

인천공항에서 만나 비행기 타기 전에 기념사진을 먼저 찍자고 한다. 그런데 도반들이 뭔가를 분주하게 찾아서 펼쳐 든다. 헉, 큼직한 현수막에는 ‘이미령 교수님과 함께 하는 충북불교를 사랑하는 모임 스리랑카 성지순례’라고 대문짝만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 여행을 대하는 이분들의 마음가짐이 다가왔다. 

사실 동남아 국가로의 여행은 저렴한 경비가 매력적이다. 그런데 저렴한 해외여행에서 불교유적지 몇 군데를 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한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한국인 여행자가 저들의 한국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현지인 가이드들이 자세하게 설명하면 할수록 한국인 순례객들은 더 헷갈린다. 무엇보다 가이드의 발음이 현지인 스타일이기 때문이며, 해당 국가의 불교에 대한 정보를 순례객들이 미리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생해서 찾아가고는 그것으로 그냥 끝나기 마련이다.

알찬 순례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어느 순례객인들 품지 않을까. 하지만 충불사 모임은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는 데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이분들은 강의실에서 흥미롭게 불교 세계를 열어 보이듯 스리랑카의 부처님 자취를 따라나서는 자신들의 발자국이 가볍고도 즐겁고 뜻깊게 그 땅에 찍힐 수 있도록 안내를 해달라는 제안을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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