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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통신] 위로

● 남편은 술과 도박과 외도로 그녀를 괴롭혔다.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날이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차마 헤어지지 못했다. 당장 집을 나오면 갈 곳이 없었다. 경제적인 고통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쳐갈 때 한 지인이 스님을 소개했다. 그녀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스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대뜸 백일 동안 하루에 천 배씩 절을 하라고 했다. 108배를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매일 천 배를 하라니. 막다른 골목길에 이른 것처럼 이를 악물고 무작정 절을 했다. 그렇게 백일이 지났다. 스님께 말씀드렸다. 스님, 백일기도 끝냈습니다. 스님은 말했다. 다시 백일기도를 하라고. 두 번째 백일기도를 끝내자, 이어 세 번째 백일기도 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스님이 원망스러웠다. 스님은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집은 빚쟁이들에게 넘어갔고, 아이들 학교 등록금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기도를 멈추고, 일을 시작했다. 낮에는 화장품을 팔고, 밤에는 맥줏집에서 일했다. 남편의 빚때문에 그녀의 월급은 차압당했다. 고통은 갈수록 늘어났다. 결국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방황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싸움으로 파출소에 끌려가기도 했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휴일이면 사찰이 있는 왕복 다섯 시간의 길을 오가며 절을 시작했다. 몇 번째의 백일기도일까. 어느 날 절을 하면서 저 밑바닥에서 무엇인가 울컥하며 올라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결혼 초 그녀는 시집살이의 고단함에 밤이 되면 아이들을 두고 친구 들과 술을 마시고 춤을 추러 다녔다. 새벽녘에 돌아오면 눈물콧물로 범벅된 아이들이 기다렸다. 이제야 생각났다. 그때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슬픔. 그녀는 그 자리에 엎어져 펑펑 울었다. 이제 알았다. 현재의 상황이 모두 내 탓이었다. 남편과의 갈등, 아이들의 방황, 모두 내 탓이었다.


● 그녀는 마른 몸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몸과 마음은 위축되었다. 결혼할 나이가 되자, 행복을 꿈꾸며 남자를 만나 결혼 했다. 시부모는 그녀가 가난한 집안의 여자란 이유로 차갑게 대했다. 남편 역시 자상하지 않았다. 그녀는 외로웠다. 시댁 식구들은 그녀를 마치 하인을 부리듯이 했다. 하루하루 고된 삶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귀한 선물이 왔다. 아들을 출산한 것이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에게 아들은 전부였다. 어느 날 그 귀한 아들이 병에 걸려 죽었다. 그녀는 눈앞에 벌어진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축 늘어진 아들의 몸은 온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아들을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다. 실성한 사람처럼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아들을 살려내야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귀한 아들. 한 지인이 측은한 마음으로 붓다를 소개했 다. 그분께 가면 혹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붓다 앞에 엎드렸다.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가 죽으라면 대신 죽겠습니다. 붓다는 말한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마을에 가서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을 찾아 그 집에서 겨자씨 한 알을 얻어오세요. 그러면 아이를 살려놓겠습니다. 아, 정말인가요? 정말 살릴 수 있는 건가요? 고맙습니 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한걸음에 마을로 내달렸다. 살려주신다고 했다. 겨자씨만 얻어오면 된다. 그녀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여기 겨자씨 있죠. 겨자씨 한 알만 주세요. 겨자씨를 받으며 다시 물었다. 근데 이 집안에서 사람이 죽은 적 있나요? 있죠. 있어요? 그럼요. 아. 그녀는 풀이 죽어 다음집 문을 두드렸다. 마찬가지 답이었다. 수백 곳을 두드렸지만 마찬가지다. 발은 부르텄고 문을 두드린 손은 해졌다. 겨자씨를 구하지 못했다. 깊은 절망으로 온 길을 힘없이 되돌아갔다. 겨자씨 하나도 구하지 못하다니. 눈물이 쏟아졌다. 깊은 자책과 회한이 밀려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누구나 죽는구나. 그렇구나. 내 이쁜 아들아. 너를 보낼 수밖에 없구나. 이제 알겠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는 것을.

 

김성동  bulkp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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