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따뜻한 지혜를 품은 성자 사리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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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따뜻한 지혜를 품은 성자 사리불
  • 이미령
  • 승인 2018.01.2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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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10대 제자 이야기]
화엄사 영산회상괘불탱(1653년, 국보 제301호) 부분. 부처님 좌우로 아난과 가섭 등 10대 제자가 있다. 화엄사 제공

지혜는 명쾌해서 이치를 잘 분별합니다. 예리해서 무엇이든 다 뚫습니다. 힘이 세서 그릇되고 사악한 것을 가차 없이 쳐부숩니다. 그런 지혜를 갖춘 사람으로 으뜸가는 이가 사리불 존자입니다. 부처님은 그를 가리켜 지혜제일이요, 법의 장수라고까지 칭송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승경전에서는 사리불의 지혜를 곱게 봐주지 않습니다. 편협하고 옹색하고 불완전한 지혜로 깎아내립니다. 저 유명한 『유마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사리불의 지혜는 소승적인 지혜로 규정되고, 제발 그 품을 넓히라며 유마 거사에게서 사정없이 비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초기경전을 음미해보면 이건 좀 억울하다 싶습니다. 애석하게도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보다 먼저 세상과의 인연을 마칩니다. 사리불의 사미는 스승의 다비를 마친 뒤 그 유해를 발우에 담아 부처님께 보여드립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덧없기 짝이 없는지라 부처님은 담담하게 사리불의 발우를 들여다봅니다. 자신의 발우에 담긴 자신의 사리라…. 그 담담한 부처님의 눈길 속에 허전함이 슬며시 배어 나옵니다. 훗날 ‘세상이 텅 빈 것만 같다.’는 속마음도 부처님은 비치십니다. 그만큼 사리불 존자를 향한 부처님의 신망은 두터웠습니다.

그의 지혜가 소승적이었다면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실 리 없습니다. 초기경전을 펼치면 사리불 존자의 자취를 참 많이 만납니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면 그 지혜에 압도당하기 이전에 마음이 먼저 따뜻해집니다. 그 예리하고 명석한 지혜는 분명 인간의 온기를 담고 있습니다. 

 

|    진리와 스승을 향한 행복한 섬김

“소문 들었어요? 아, 글쎄 사리불 존자께서 ….”

“나도 들었어요. 동서남북 방향에 대고 절을 하신다면서요? 세상에나…! 아니, 존자께서는 아라한 아니신가! 어찌 그런 모습을 보이시는 걸까요?”

기원정사가 술렁거립니다. 밤마다 보이는 사리불 존자의 행동 때문입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존자는 가만히 이곳저곳을 응시한 뒤에 어떤 특정한 방향을 향해 공손히 합장하고 그 방향에 머리를 두고 누웠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향에는 우리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 방향에 절을 하며 복을 비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목욕재계하고 사방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다른 생각이었습니다. 행복은 방향의 신에게 빈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선업을 지어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 이야기는 『육방예경』에서도 자세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밤마다 어떤 특정한 방향을 찾아 그쪽에 합장하고 절을 하기 때문입니다. 

소문을 들은 부처님은 사리불 존자를 불렀습니다.

“그대에게 이런 소문이 돌고 있소. 사실이오?”

사리불 존자는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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