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강의실 357호] 미국 대학 강의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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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의실 357호] 미국 대학 강의실 풍경
  • 홍창성
  • 승인 2018.01.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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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 교수의 미국 대학 불교철학 강의실 풍경

●    미국 본토에서 가장 춥다는 미네소타는 원래 키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머리가 노란 스칸디나비아계 이민자들이 개척했다. 북유럽식 문화와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어서 소득과 치안, 교육 그리고 환경 등이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살기 좋은 주라고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는 아직도 “대학에 와서야 평생 처음으로 하나님을 믿지 않는 (홍창성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기독교 전통이 강한 미국 바이블 벨트Bible Belt 북부에 속해 있다. 

●    십여 년 전 처음 내가 이곳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불교철학 강의를 새로 개설했을 때는 한 수업에 참가한 35명 가운데 백인이 아닌 사람은 교수인 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몇 해 전부터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기 시작해 이번 학기에는 네팔,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나라의 출신들이 1/3가량 되었다. 외국 학생 가운데는 네팔 학생들이 가장 많은데, 이들은 석가모니 부처의 탄생지 출신이라는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실제 네팔 인구의 2/3가량은 힌두교도이고, 이들은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키가 상대적으로 크고 눈이 둥글며 코가 큰 아리안 계통 사람들이다. 네팔인의 1/3정도만이 불교도인데, 이들은 아리안보다는 오히려 몽골인종으로 보이며 키가 좀 작고 생김새도 많이 다르다. 『불타 석가모니』의 저자 와타나베 쇼코의 주장처럼 석가모니 부처는 아리안이 아니라 히말라야 지역의 몽골로이드계 소수민족 출신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네팔 학생들이 내 강의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첫해에 내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여러 해 동안 강의한 대로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태어난 왕자였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강의가 끝난 후 네팔 학생 여럿이 내게 다가와 “부처가 네팔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인도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나는 그들의 조상 가운데 한 명인 석가모니가 오늘날 네팔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네팔이라는 나라가 없었고 그 지역을 포함한 많은 지역이 두루뭉술하게 ‘인도’라고 불렸기 때문에 그렇게 편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네팔이 석가모니의 탄생지라는 점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네팔 학생들에게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역사에 대한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곧 석가모니가 수행하고 성도하며 또 전법활동을 편 지역의 대부분이 실은 오늘날의 인도에 해당한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였다. 2천5백 년 전에 살았던 석가모니와는 그 지혜와 자비심에 있어 유사점이 별로 안 보이는 이들에게도 이런 국가적 자부심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모양이다. 

●    그런데 이들은 자기들 불교가 남전불교에 속하는지 북전불교에 속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여러 보살의 이름을 나열해 주었더니 자기네도 최소한 문수사리보살은 모신다고 하기에, “그럼 자네들 불교도 북전 대승불교의 전통과 가깝겠다.”고 알려 주기도 했다. 어쨌든 이 일 이후 나는 석가모니가 오늘날의 네팔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출생했고, 그 당시 이 지역의 사회와 문화 및 종교는 인도의 다른 지역과의 활발할 교류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의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네팔 학생들의 귀여운(?) 항의를 받을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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