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에게 단풍은 생명들이 감내해야 하는 불우함과 비참함의 상징이자 선禪의 종착점
가을 단풍이 유난히 고왔는데 몇 차례 비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더니 어느새 나뭇가지가 앙상하다. 봄꽃과 가을 단풍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계절이면서도 느닷없이 들이닥쳤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사그라지니 많이 닮았다. 단풍 든 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꽃이 핀 듯도 싶어 단풍은 가히 가을꽃이라 할만하다.
선禪의 이치를 단풍에 담아냈던 사람은 만해 한용운이었다. 그는 경성과 백담사를 오가며 지냈는데, 그가 머물렀던 설악에는 그때도 단풍이 지천이었을 것이다. 산불처럼 타오르는 단풍나무숲에서 그는 그 유명한 ‘님’을 떠올렸다.
님은갓슴니다 아々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치고 갓슴니다
만해의 대표 시 「님의 침묵」은 대개 수험용으로 먼저 접한 탓에 시적 감상을 해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시가 한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시 가운데 하나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님의 침묵」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공력을 들이는 부분은 단연 ‘님’에 대한 해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시에서 ‘님’ 못지않게 절묘하게 설정된 시적 장치가 바로 ‘단풍나무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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