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의 평화모니] 새로운 승가 공동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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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의 평화모니] 새로운 승가 공동체의 꿈
  • 윤구병
  • 승인 2018.01.02 15: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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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쓰레기마을 -
윤구병 철학자

개구즉착開口卽錯 - 입 닥쳐. 염화시중拈花示衆 - 꽃 따 보임. 빈자일등貧者一燈 - 없는 할미 불씨 하나.

저승 갈 날 가까울수록 부처 입은 무거워졌다. 유구무언有口無言-할 말이 없었다. 떼거지는 늘었지만 죄다 비렁뱅이였다. 입만 살아 있었다. 손발 놀리고 몸 놀려 제 앞가림할 수 있어야 저도 살고 이웃도 살릴 수 있겠는데, 일손 놓고 가르치려고만 들었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먹이지 않으면 살릴 수도 없다. 살자고, 살리자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 아닌가? 주둥이로 먹고 산다? 말로 먹여 살린다? 버러지들도 그러지 않는다. 땀 흘려 심고 가꾸고 거두지 않으면 먹을 수도 먹일 수도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죄다 헛소리거나 빈말이거나 거짓말,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나(부처-석가모니)야 어려서부터 일손 놓고도 살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아비 어미 밑에서 태어나고 자랄 수 있어서, 그 덕에, 또는 그 탓에 아예 처음부터 손발을 어떻게 쓸 줄 몰라서 이렇게 살아왔다고 치자. 그런데 내 밑에 와 있는 이 손발 멀쩡한 것들 꼬라지는 무엇인가? 빌어먹고, 앗아 먹고 훔쳐 먹는 것들만 무더기로 길러낸 것 아닌가?

나 팔아서 입 놀려 먹고사는 식충食蟲이들만 대대로 양산해낸 꼴이 아닌가? 이 죄를 어떻게 갚지? 소나 되어 갚을까? 입 발린 부처도 부처인가? 할 말을 잃었구나. 저 먹을 것도 없는, 늙어 꼬부라질 때까지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살아온 저 할미의 갈퀴손에 들린 기름등을 보아라.

두 해 동안 써 오던 되지 않은 소리 이번으로 마치려고 한다.(그 사이에 내 마음에 평화가 없었다. ‘평화모니’는 빈말이었다. ‘평화-뭐니?’였다.) 뒤늦게나마 낯 두껍게 몇 가지 내 가슴에 서려 있던 것을 ‘제안’할까 한다. ‘쓰레기 없는 쓰레기마을’로 절집 바꾸어내기. 사람이 이 땅별에 나타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슬기사람(homo sapiens)이 나타난 때를 얼추 10만 년 전이라고 치자. 이 사람들이 한 곳에 자리 잡고 낟알과 남새를 기르고 짐승들을 길들인 지는 1만 년 전쯤. 힘 있는 놈들이 모여 도시에 자리 잡고 우두머리를 뽑아 ‘전제군주’를 삼은 때는 5,000년 전 무렵. 서구의 ‘제국주의’ 세력이 식민지를 개척하고 바다와 뭍에 장삿길을 연 지는 500년 남짓. (우리나라를 잣대 삼아) 농촌 인구와 도시 인구가 8:2의 비율에서 2:8로 바뀐 것은 지난 50년 사이. 이 빠르기로 세상이 바뀐다면 앞으로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그사이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대량살상 무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나도 살고 남도 살릴 평화로운 삶터, 살림터를 마련하지 못하면 사람을 비롯한 뭇산이들이 살아남을 길이 없다. 그래서다. 이 땅의 남녘과 북녘에 평화마을을 되살리고, 낯설겠지만 그 마을 이름을 ‘쓰레기 없는 쓰레기마을’로 붙이자는 제안을 하는 까닭이.

보다시피 도시에서는(시골에서도)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멀쩡한 사람조차 쓸모없는 쓰레기로 버림받는 꼴도 눈앞에 보인다.) 이 쓰레기들을 모두 거두어들여 되살릴 길이 없을까?(어쭙잖은 자랑이지만 내 형 윤팔병은 50년 가까이 도시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모아 가리고 나누어서 ‘재활용’시키는 ‘넝마주이’로 살아왔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꽤 오래 ‘아름다운 가게’의 공동대표라는 ‘벼슬살이’(?)를 한 적도 있다.)

어려울 게 없다. 뜻만 내면 된다. 먼저 휴전선 가까운 파주, 연천, 철원, 문산 쪽에 마을을 세우자. 이미 있는, 그러나 사라져가는 마을에 자리 잡아도 되고 새로 터를 잡아도 된다. 서울과 인근 도시에서는 먹다 버린(죄 받을 일이다.) 음식물까지 보태서 온갖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그것을 어디에 버리느냐를 두고 실갱이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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茁氣 김태영 2018-05-04 09:12:29
나무윤구병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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